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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문화
아이 없는 나라, 노키즈존?
조연우 기자  |  yeonnn0114@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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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7호] 승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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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블로거가 ‘제주도 노키즈존(No Kids Zone)리스트’를 공개하며 다시 한번 노키즈존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업장으로, 해당 블로거는 “미리 노키즈존을 확인하고 제주도에 가서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참고하라는 의미에서 리스트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노키즈존 업주들은 ‘블랙리스트와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며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노키즈존 리스트에 오른 것이 마치 소비자들의 ‘불매 리스트’에 오른 것 같아 실질적인 영업 이익에 지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이 동반 고객들은 노키즈존 리스트를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한 여성은 육아 커뮤니티에 “식당에 들어가 ‘자리 없나요?’라고 물어보니 종업원이 ‘아이는 받지 않으니까 나가달라’고 했다”며 “막상 노키즈존과 부딪쳐보니 전염병 환자 취급이라도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커뮤니티 회원들은 ‘씁쓸하다’, ‘노키즈존 지도를 참고해 피해서 외출해야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후 블로그 글은 삭제되었으나, 구글 지도를 이용한 노키즈존 위치 지도 ‘yesnokids’가 등장해 각종 커뮤니티 상으로 공유되고 있다. 
 
  지난 9일(목)까지 지도에 등록된 대한민국 전역 키즈존은 18개, 노키즈존은 245개다. 
 
 
   
 
  논란의 노키즈존, 쟁점은? 
 
  국내 노키즈존 업장이 확산된 계기는 지난 2011년 부산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10세 아이가 뜨거운 물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부딪쳐 화상을 입은 사건이다. 이에 지난 2013년 부산지방법원은 해당 음식점과 종업원 측에 70%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4천 1백만 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이에 따라 노키즈존 업장은 수도권과 관광지를 중심으로 확산돼 갔다. 
 
  노키즈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표적인 근거로 ‘고객의 행복 추구권’을 꼽는다. 즉, 경제적인 가치를 지불하고 상품을 소비하는 데 있어서 타인의 행동으로부터 피해를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연구원에서 경기도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상 중 93.1%가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러운 아이들로 인해 불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업장을 노키즈존으로 설정하는 행위는 영업 방침으로, 업주의 자유이자 고유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업장을 노키즈존으로 전환하면서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차별이 아닌 구별이라는 견해도 있다. 
 
  반면 노키즈존을 반대하는 근거로는 대개 차별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는 어린이 출입금지 구역인 노키즈존이 어린이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아동차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통상적으로 규제나 통제는 ‘외부 음식 반입 금지’나 ‘흡연 금지’처럼 특정 사물이나 특정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데, 노키즈존은 특정 집단 전체를 잠재적 위험 상대로 간주하고, 아이를 인격적 존재가 아닌 유해 사물이나 동물과 동일시한다는 점에서 아이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특정 집단을 특정 장소로부터 제한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근거가 필요한데,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에는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할 마땅한 근거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노래방의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 출입금지’ 방침은 노래방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노키즈존의 경우 그러한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숙명여자대학교 홍성수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노키즈존은 연령에 대한 차별 또는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차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키즈존에 대한 논쟁에서 ‘고객의 행복 추구권’과 ‘어린이의 기본권’은 상반되는 개념이나, 어떤 권리가 더 상위 개념으로 해석돼야 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한편 해외에서도 노키즈존에 대한 논란은 뜨겁다. 영국에서는 펍(pub)에 어린이가 출입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55년도 영국에서는 어린이가 부모와 동반할 경우 어린이가 펍에 출입할 수 있다는 법이 제정된 바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소란스러워 불편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펍을 성인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한 지난 2012년도 말레이시아 항공에서는 12세 이하의 어린이와 동승한 탑승자는 지정구역에만 탑승하도록 하는 정책을 폈고, 태국 에어아시아 엑스는 항공기 내에 ‘콰이엇 존(quiet zone)’을 설치했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스쿠트 항공은 지난 2013년도부터 어린이를 위한 전용 좌석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권리 의식이 성장하면서 노키즈존에 대한 논란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키즈존을 넘어서, 또 다른 문제들 
 
  노키즈존 논란이 불거지며 그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노키즈존이 수반하는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중 노키즈존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 바로 ‘맘충’에 대한 논의이다. 맘충은 ‘카페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통제하지 않거나 아이를 위한 배려를 넘어 예절을 지키지 않는 부모’를 뜻하는 신조어다. 맘충은 노키즈존을 확산시키는 데에 있어서 윤활유 역할을 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4년 ‘재연맘’의 사례가 있다. ‘재연맘’이라는 닉네임의 유저는 한 배달 앱에 “우리 아이가 다른 것들은 잘 못 먹고 군만두만 조금 먹을 수 있다”며 “그래서 서비스로 나가는 군만두가 있으면 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주지 않고, 아이와 함께 먹을 거라 짜장면의 양을 좀 늘려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불평하는 글을 남겼다. 이를 접한 많은 사람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당연시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관악구의 한 카페 사장은 노키즈존을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 ”기저귀를 카페 테이블 위에서 갈거나, 버려야 할 기저귀를 테이블에 놓고 가는 문제로 몇 차례 항의가 들어오자 어쩔 수 없이 노키즈존을 택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일부 부모들의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은 아이를 집 밖에 데리고 나온 모든 부모를 맘충으로 만드는 등 부모 집단 전체를 배척하는 근거로 사용됐다. 이에 따라 맘충의 사례는 개인의 인성에 따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부모들까지 부정적인 시선을 받게 되었다.  또한 맘충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아이를 과도하게 단속하거나 외부 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 등 부모를 불안에 떨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맘충’을 만드는 사회 구조적인 원인도 지적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장하나 권력감시팀장은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는 사회에서 엄마는 늘 부탁하고, 늘 구걸하고, 결국 뻔뻔함만 남아 아무 데서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맘충이 되어간다”며 여성이 육아를 전담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해 부족한 편의 시설과 법적 장치를 지적했다. 즉, 현재 ‘맘충’은 노키즈존을 확산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며, 노키즈존은 모든 부모를 ‘맘충’으로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또한 노키즈존은 어린이 차별을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별과 계층에 대한 차별을 확대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부산 동래구의 한 카페는 ‘최근 청소년들이 직원들에게 무례한 언행과 욕설을 일삼는 일이 증가해 신분증 검사를 통해 청소년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안내문을 통해 ‘노틴에이저존(No Teenager Zone)’을 선언했다. 또한, 전경과 의경, 경찰의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노폴리스존(No Police Zone)’이 등장하면서 그 우려는 실체를 드러내는 추세다. 이에 대해 청소년 인권 행동 단체 아수나로의 한 회원은 “노키즈존에는 소수자 집단에 대해 고려가 없는 현황과 특정 집단에 대해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행위가 차별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어린이 출입금지 구역 노키즈존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키즈존을 두고 갈등이 첨예한 현시점에서 영국의 한 신문사 ‘텔레그래프’의 설문조사 결과가 재조명받고 있다. 텔레그레프는 지난 2011년도 ‘차일드 프리 레스토랑(Child Free Restaurant)’ 찬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전체 대상 중 54.44%가 중재안을 지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텔레그래프에서 제시한 중재안은 아이들도 모든 식당에 출입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주변에서 주의를 줄 수 있어야 하고,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면 식당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중재안에 대한 별다른 논의가 없었으나, 노키즈존이 가진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설문에 따르면 61.5%가 ‘아동 집단 전체가 아니라 특정 행위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응답했고, 이에 따라 ‘떠들지 않기’, ‘뛰어다니기 금지’처럼 다소 완곡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나타냈다. 또한,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아이들의 교육상 좋지 않을 것이다’, ‘영업 스타일이 어른에게 최적화되어 있다’는 표현을 통해 노키즈존이 어린이를 반대하는 곳이 아니라 특색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노키즈존이 가진 부정적 효과가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문화적 해법을 제안했다. 
 
  한편 ‘예스 키즈 존(Yes Kids Zone)’을 표방해 어린이와의 공존을 꾀하는 업장도 있다. 시흥의 카페 ‘바오스앤밥스’는 ‘예스 키즈 존’인 동시에 ‘예스 투게더 존(Yes Together Zone)이라고 카페를 소개하고, 안내문을 통해 어린이를 향한 고객들의 따뜻한 시선 및 부모의 관심과 주의를 구하고 있다. ‘바오스앤밥스‘를 설립한 소셜 벤처 ’빌드‘의 우영승 대표는 “예스 키즈존’이 다른 고객을 배척하고 엄마와 아이들만 오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엄마와 아이를 분리하지 않고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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