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와 21세기의 에너지정책을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얻은 교훈은 에너지 가격의 중요성이다. 1·2차 오일쇼크는 세계적인 에너지 다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1973년 말에 발생한 1차 오일쇼크의 여파로 산유국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에너지기구가 탄생하였다. 1차 에너지가 이때부터 다변화되기 시작하였다. 석유일색이었던 발전원이 원자력, 천연가스, 석탄 등으로 구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 발전원의 60% 이상을 중유가 담당했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오르자 유연탄, 무연탄, 복합화력, 원자력, 양수, 수력 등 으로 발전소 유형이 다변화되기 시작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탈원전, 탈석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로 요약된다. 그런 방향으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제13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그리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발표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와 같은 정책목표를 이루느냐이다. 이 그림에서 숨겨진 결정적 역할은 가스가 맡을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발전량 기준 20%로 늘린다고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그 사이에 줄어드는 원전과 석탄발전소의 발전량을 메울 수 있는 연료는 가스밖에 없다.

  문제는 어떻게 가스발전량을 늘리느냐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발전용 가스 가격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이 때문에 가스발전은 급전순위에서 밀리게 되어 있다. 가스발전사업의 수익성도 최저이다. 민간사업자들이 최근 석탄발전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이 때문이다. 지난번 전력수급계획에서 석탄발전소로 허가받은 것을 억지로 가스발전소로 바꾸라고 하지만 석탄발전소와 가스발전소는 입지여건이 다르고, 급전 타이밍과 공급포인트가 전혀 다르다. 쉽지 않은 이야기다.

  석탄과 원전의 건설 대신 추가로 상당한 가스 발전설비가 들어와야 하는데 이는 가스발전사업 자에게 높은 용량요금(CP)과 낮은 발전용 가스요금을 통한 충분한 가동률을 보장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가스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가격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교차보조를 통해 가스 요금체계를 왜곡시켜 왔다. 어찌 보면 이를 정상화시킬 좋은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발전용 가스요금의 인하는 탈석탄·탈원전 그리고 신재생 확대로 우려되는 전기요금의 상승폭을 줄일 수 있다. 가스 값이 SMP 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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