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
 
  인류는 늘 의문을 가졌기에 더욱 나은 삶을 찾아 나설 수 있었다. 누군가는 로봇 시대가 언젠가 우리를 산불처럼 뜨겁게 집어삼킬 것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의 중심에는 늘, 우리 인간이 있다는 것을 잊은 채. 
 
  우리 엄마, 아빠 세대에는 서로 연락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번호를 직접 외워서 다녔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번호를 직접 외우는 일은, 그들을 향한 애정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은 핸드폰이 다 기억해주니 그럴 필요가 없다. 번호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우리의 애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기억을 저장해두었다는 사실과 우리가 선택한 것들에 집중하기 위해 기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잊지 않는 일과, 기억하는 일은 조금 다르다. 정보가 담긴 서랍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증을 가지기 이전에 그 서랍 자체가 존재하는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우리의 자아는 어떤 형태인지,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것은 어떤 단계를 통해 실현되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면, 우리는 사라지는 많은 것들 사이로 발을 딛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끝이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의 가장 깊은 심연에는 서로에 대한 원초적 애정이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세상을 볼 때, 흰자위가 아닌 검은자위로 세상을 바라본다. 어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앞으로 세상은 더욱 밝게, 검어질 것이다. 우리가 기억할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불빛처럼 더듬거리며 놓지 않는다면, 이름을 잃은 사람들의 손을 붙잡고 계속 이름을 불러줄 수 있다면, 기억할 것들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래에도 새로운 사랑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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