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목), 숭실대학교 벤처관 309호에서 통일드림팀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곳에는 통일 MC로 활동하고 있는 김희영 아나운서와 중앙일보의 북한 전문 기자인 이영종 기자, 숭실평화통일연구원장인 이정철 교수, 그리고 부산하나센터장 강동완 교수,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방송인 한서희 씨까지 총 여섯 명의 통일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북한의 이야기와 북한에서 겪은 여러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본지와 함께 그들이 이야기하는 북한의 모습과, 통일의 미래를 들어보자.

 

  김희영 아나운서(이하 김 아나운서): 한서희 씨는 북한에 계실 때 평양 음악 대학을 다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곳은 어떤 곳인가요?

  한 씨: 평양 음악 대학은 초기에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진정한 음악인으로 길러내는 곳이었어요. 그러나 북한이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점차 재능 이외에도 부모님의 지위와 권력, 돈이 있어야만 입학할 수 있는 곳으로 전락하게 되었어요.


  김 아나운서: 한서희 씨는 소품조에서 활동을 했다고 들었는데, 소품조는 어떤 곳인가요?

  한 씨: 소품조는 북한의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한 공연을 전담했던 비밀 엘리트 공연단이에요. 그 당시 북한에서는 김정일을 만나는 것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고 그를 위해 공연하는 것은 예술인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자부심이기 때문에 소품조에 소속되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죠. 북한에 있을 당시에 김정일의 별장에서 공연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김 아나운서: 이영종 기자님, 오늘 이 자리에 평양 음대 출신인 두 분이 오셨는데, 현재 북한의 음악적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이 기자: 여러분은 많은 매체에서 북한을 접하면서 북한이 남한보다 비교적 많이 낙후되어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북한의 상위 1%는 또 다른 세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생활을 하죠. 미사일이나 핵과 관련된 영역에서 우리나라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음악적 부분에서도 북한은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김 아나운서: 김철웅씨, 북한에서는 피아노를 배우는 방식이 남한과 다른가요?

  김 피아니스트 : 남한에서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면 자유롭게 학원에 등록해서 피아노를 배울 수 있어요. 그런데 북한에서 피아노는 배우고 싶다고 아무나 배울 수 있는 악기가 아니에요. 북한에서 피아노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엘리트 계층에 속해요.

  1958년도에 북한에서 ‘예체능 조기 교육’에 대한 법이 가결되고 난 후부터 초등학교에서 전문적인 예체능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어요. 이 방식은 유럽의 콘서바토리 교육체계를 차용한 것인데, 저도 학교에서 전문적으로 피아노를 배웠죠.

 

  김 아나운서: 강동완 교수님,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요, 정말인가요?

  강 교수: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많은 북한 주민들이 몰래 한국 드라마를 보기 위해 ‘노트텔’이라는 장비를 사용하곤 하죠. 노트텔은 안테나만 조절하면 밤에 이불 속에서도 한국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소형장치예요. 이 장치로 TV, DVD, USB, SD카드 등을 이용해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고 EVD라는 장치를 이용하면 중국 TV도 시청할 수 있어요. 북한 당국은 단속을 통해 노르텔을 전면 몰수하기도 했어요. 그 정도로 많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드라마를 비롯한 영상물을 좋아해요.

 

  김 아나운서: 그렇다면 한서희씨, 북한에 있을 때 실제로 한국 드라마가 유행했었나요?

  한 씨: 네, 맞아요. 2000년대 초반에는 ‘천국의 계단’, ‘가을동화’, ‘겨울연가’, ‘모래시계’ 등이 유행했어요. ‘모래시계’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인기가 많아 시청하는 것이 발각될 경우 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할 정도였죠. ‘모래시계’ 이외에도 ‘천국의 계단’이나 ‘겨울연가’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김 아나운서: 이영종 기자님은 북한의 한류 열풍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기자: 북한의 정체된 분위기 속에서 한류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아요. 북한 주민들은 한류를 통해 남한의 문화를 접하면서 점차 남한을 동경하고 있어요. 북한 주민들은 처음 한국 드라마를 보고 그들의 세계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영상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요. 하지만 계속해서 영상을 보게 되면 그 세계가 그들에게 내면화되죠. 이렇듯 한류 문화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간접적으로 자유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더욱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 아나운서: 이정철 교수님은 북한의 금강산을 다녀오셨다면서요?

  이 교수: 네, 저는 금강산을 4번 정도 다녀왔어요. 금강산의 반짝반짝 빛나는 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져요. 금강산은 겨울에 ‘개골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겨울에 금강산을 보고 있으면 스위스의 아름다운 산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죠. 금강산의 사계절은 모습이 정말 다르다고 해요. 사계절 내내 금강산을 보는 것이 저의 바람이에요.

  김 아나운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한국 드라마를 보면 남한으로 오고 싶듯, 우리도 이런 금강산 이야기를 들으면 북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하지만 우리는 38선에 가로막혀 서로 오가지 못하는 상황이죠.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탈북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노동소로 수감되는 실정입니다. 한서희 씨는 북한에서 여행의 자유가 없어 금강산에 가보지도 못했다고 해요. 통일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루 빨리 통일이라는 축복이 오기를 염원합니다.

 

  김 아나운서: 강동완 교수님, 통일은 무엇일까요?

  강 교수: 저는 통일을 ‘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통일과 관련된 행사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남한에 온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여학생을 만나게 됐죠. 그 여학생에게 통일을 원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 친구가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볼 수 있어서”라고 답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이 여학생은 북한에 있을 당시 어머니에게 “더 이상 이런 사회에서 살 수 없다”며 탈북을 하겠다고 했대요.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그녀를 보내주었고, 이후 모녀는 중국에서 두 번 정도 만날 수 있었어요. 그 여학생은 중국 영토 끝에 강변에 서고 어머니는 압록강 강변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고 해요. 서로를 만질 수 없고 안을 수 없어도 그 눈빛만으로 서로를 이해했을 거에요.

 

  김 아나운서: 이영종 기자님도 강 교수님과 함께 통일 관련 행사를 갔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행사였죠?

  이 기자: 저희 중앙일보는 청년 대학생 여러분들에게 통일 학습에 대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 북한의 국경 1,400km를 5박 6일간 넘나드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역사 교과서에서만 보던 광개토대왕릉비 같은 유적들도 보고, 윤동주의 생가도 보는 뜻깊은 행사를 대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죠. 내년 봄에 숭실대 재학생 여러분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안내해 드릴게요. 여러분이 꼭 저희와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김 아나운서: 이정철 교수님,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교수: 10년 동안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조사를 했는데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2007년도에 60% 이상을 유지했지만 그 이후로는 50%대로 떨어지고 있어요. 그러나 저는 이제 다시 60%대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당 조사에서 통일의 이유 또한 질문했는데요, 같은 민족이니까 해야 한다는 답변이 50%대까지 갔다가 38%로 떨어졌어요. 이건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통일의 이유를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같은 민족이니까 해야 합니다. 한때 이러한 사고방식을 그저 감정에 호소할 뿐인 ‘낭만적 통일론’이라고 하며 비꼬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감정이 충만한 사고방식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이유를 조목조목 따지면서 통일을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마음이 끌려서 하는 통일이 진정한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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