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부문 당선

엔진

씬1. 상가 앞 길거리 (낮)

해가 쨍쨍한 오후 3시의 여름. 사람들이 바삐 지나가는 가운데 길가에 서있는 두 남녀. 달라붙는 흰 티에 짧은 트레이닝 반바지를 입은 은미와 배낭을 메고 있는 남자. 둘 사이에는 125cc 은색 쥬드 스쿠터가 놓여있다. 은미는 3장의 서류를 들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고 남자도 어딘가 불편한 듯 연신 머리를 긁적인다.
 
남자 그러니까요.. 이게, 타이어도.. 좀 갈렸네요..?
은미 아아..네...그런가요..
(정적)
남자 그러니까요.. 음, 이게... 상태가... 네고를 좀...어떻게..?
은미 아아 그건 좀...
(정적)
남자 이거..본인이 타시던 거..맞아요?
은미 아...아니요.. 저... (서류를 내밀며) 여기 서류도 다 있고요.. 저 이거 진짜 팔아야 해서요..부탁드려요...무슨 문제 있으면 다시 연락 주시면 되고...
 
남자, 은미를 아래에서 위로 쑥 훑는다. 바지에서 한번 멈추고 가슴에서 한번 멈추고 얼굴에서 또 멈춘다.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의 은미. 예쁘다.
 
남자 뭐...(먼 곳을 보며) 엔진 소리는 괜찮으니까요...그래요.. 다시 뭐, 다시 연락 드려도 되는 거죠? 엔진만 멀쩡하면 되죠...네 뭐...
은미 (잠시 멈칫하다가, 환하게 웃는다. 예쁘다.)
cut to / 남자, 쥬드를 타고 사라지는 뒷모습. 그것을 바라보는 은미. 휴대폰을 꺼낸다. ‘서방♥’이라고 저장된 카톡에서 바로 전화하기를 누른다.
은미 (상기된 목소리로) 자기... 나... 팔았어. 진짜로..! 응, 진짜 진짜로!
카메라 앵글 하늘로 올라간다. 
 
<엔진> 타이틀 툭툭 타이핑된다.
 
씬2. 고깃집 (밤)
시끌벅적한 고깃집. 둥그런 철제 식탁 중앙에 화로가 내장되어있는 형태다. 고기를 굽고 있는 동협과 그의 옆에 껌딱지처럼 붙은 은미, 둘의 맞은편엔 현태가 있다. 바쁘게 고기 굽는 동협. 은미가 낀 팔짱이 불편한 것 같지만 미소를 잃지 않는다. 상차림을 보면 이미 3병은 마셨다.
 
동협 형, 이제 걱정 끝이에요. 은미가 진짜 팔고 올 줄 알았어요?
현태 (거들먹거리는 목소리)아~주 칭찬해 은미. 재능이 있어 재능이.
은미 (쑥스러운 듯 동협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다.)
현태 그 뭐야? 서당 개새끼도 야~ 3년이면 월월 한다잖아.
동협 (빠르게 잔 들며) 예예 맞습니다. 
(은미쪽으로 다정하게 고개 틀며) 자기 안 졸려? 마실 수 있어?
은미 (고개 들고 물끄러미 동협 보더니 갑자기 입 맞춘다. 얼굴 떨어지고, 은미 잔 들며 해사하게 웃는다.) 월월~! 마실 수 있슴다!
 
뭐여 시발~하며 호탕하게 웃는 현태와 고개 돌리고 쑥스러운 듯 잔 들이켜는 동협. 은미도 술잔을 꿀떡 넘긴다.
 
cut to/ 시간 흐른 듯 많이 취한 세 사람. 동협은 식탁에 아예 머리 박고 있다. 턱을 괴고 있는 현태와 은미. 둘 다 눈이 풀렸다.
 
은미 오빠... 풍월이요...풍월...하..... 
현태 뭐래...씨바... 그보다 너...잘해.. 이렇게만 하면 어? 내가 다 도와주잖아?
은미 아 진짜...오빠.. 동협이 잘해주세요...
현태 내가 얼마나 더 잘 해주냐? 어? 그 창고도 완전 거저야 새끼들이...
동협 (술 취한 와중에 상 아래로 은미의 손을 더듬어 잡는다.)
은미 그럼요..오빠 진짜 고마워요...
 
씬3. 오토바이 창고 (낮)
주택가 안쪽에 있는 3층짜리 다세대 주택 1층. 셔터가 내려져있다. 동협이 셔터를 올리자 주차장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오토바이가 여러 대 세워져 있다. 거의 전부가 먼지 뽀얗게 앉은 상태. 동협이 안으로 먼저 들어가고 은미가 따라 들어간다.
 
동협 (오토바이 하나를 중앙으로 끌고 나오며) 자기 잘 봐. 이리 가까이 와.
은미 (동협에게 통통 튀듯 다가간다.)
동협 (오토바이 시동을 걸며) 가면 무조건 시승부터 하라 하는 거야. 서류는 자기한테 있으니까. 타고 튀진 않을 거야. 서류 절대 먼저 주지 말고.
은미 (끄덕이며 오토바이를 괜히 여기저기 만져본다. 손가락에 묻어나오는 먼지.)
동협 클락션, 깜빡이, 다 눌러보라하고 차대번호 확인하라하고. 이거 현태 형이 다 점검해주고 파는 거 알지? 자기한테 시비 걸라고 하면 바로 전화해. 다 완전 A급이야. 만원도 깎아 주지 마.
은미 아~이런 건 먼저 좀 말해주지~ 나 완전 멍 때리고 바보 같았단 말이야.
동협 (은미 머리 쓰다듬으며) 팔고 올 줄 알았지. 고추들은 예쁜 여자만 보면 뇌가 멈춰~
은미 (발끝으로 8자를 그리며)흐응흥~ 그렇게 말하지 말랬지~
동협 여름 한 철이야. 이번에 이거 다 팔면 진짜 대박이야. 자기만 믿어 나는.
은미 (새침하게)나도 거저 해주는 건 아니다?
동협 (별다른 대답은 않고) 진짜 대박이야...
은미 저기요??
쭈그려 앉아 오토바이 상태 보는데 집중하는 동협. 은미 살짝 입 비죽이다가 그의 옆에 나란히 쭈그려 앉는다. 오토바이를 살펴보는 동협과 그런 동협을 바라보는 은미의 옆모습. 뒤쪽에서 얼굴 크게 잡았다가 서서히 멀어진다.
 
씬4. 몽타주/길가(낮)
Devo의 please baby please의 중간쯤부터 배경음으로 깔린다. 카메라, 더욱 과감해진 패션으로 스쿠터를 타고 길가에 나타나는 은미를 위에서 풀샷으로 따라간다. 은미가 자신 있게 클락션을 누르는 장면. 시승해보라며 떠밀어 앉히는 장면. 스쿠터를 탄 남자가 주는 봉투와 서류를 바꾸는 장면. 각 장면마다 스쿠터 사러 나온 남자들과 은미가 팔러 나온 스쿠터, 노래에 맞춰서 바뀐다. 직거래 장면 사이사이에 돈 봉투 차곡차곡 쌓이는 장면. 1절의 후반에서 baby please! 할 때, 돈다발 들고 좋아하는 동협과 은미의 모습 슬로우 재생.
 
씬5. 원룸 안 (낮)
8평 남짓한 방. 침대 하나와 컴퓨터가 놓인 책상하나. 네모난 앉은뱅이 상이 하나 놓여있다. 창가에는 옷이 가득 걸린 3단 행거가 있어서 창을 다 가렸다. 은미, 컴퓨터 책상 아래쪽에 앉아있다. 마지막 서랍을 열고 현금이 가득 들어있는 돈 통 들여다보고 있다.
 
은미 (중얼거림)이러다 진짜 부자 되겠네...
은미, 가뿐히 일어나 냉장고로 간다. 냉장고 안에는 먹다 남은 배달 음식들이 일회 용기에 담긴 그대로 띄엄띄엄 있다. 은미, 냉장고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결심한 듯 현관으로 뛰어간다. 쾅, 닫히는 문.
 
씬6. 오토바이 창고 (낮)
은미, 창고 근처로 룰루랄라 뛰어간다. 창고 안에서 이미 담배물고 오토바이를 살펴보고 있는 현태와 그 앞에 서있는 동협. 둘은 이야기하느라 은미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한다. 은미는 훅 들어가려다가 뭔가 생각난 듯, 살금살금 뒤로 돌아 창고 옆 벽에 장난스럽게 붙는다. 왁! 놀래 켜려는 듯 두 팔을 드는데.
 
현태 (험악한 목소리) 새끼야 진짜 정신 안 차릴래? 어?
동협 죄송합니다.
은미 (조심스럽게 팔을 내리고 슬그머니 벽에 붙는다.)
현태 시발 엔진 찐빠난 거랑 퍼진 거 파는 건 니 자윤데, 구역을 딱딱 나누라고. 니 나랑 같이 뒤질라고 환장했냐? 존나 다 장난 같냐 어?
동협 아닙니다.
현태 (침 뱉으며)니 시발~ 이 동네에서 눈탱이 치고 다니다가 쪽 다 팔려서 일 다 끊긴 거 시발아, 은미가 그 뭐야 사신성의로 살린 거 아냐 병신새끼야. 나까마질은 동네 소문나면 좆 된다고~ 나까지 좆 병신 만들지 마러~
동협 (기합 들어간 목소리)넵.
현태 (한숨 쉬며)그래 새끼야... 잘 좀 하자 그리고 니 혼자 캬브레터에 장난치지 말고 센터 가져와서 손보고 가. 혼자 남겨먹으면 탈나? 어? 여기 니꺼 하나도 없다~?
동협 넵.  
 
은미, 숨죽여 돌아선다. 터덜터덜 돌아가는 길, 하얗게 질린 얼굴. 한참을 걸어가는 듯 장면 조금씩 바뀌다가 은미, 갑자기 멈춰 선다. 하늘로 고개 젖히며.
은미 살신성인이겠지...
 
씬7. 원룸 안 (방)
불 꺼진 방안. 침대에 누워있는 은미. 현관문 열리는 소리 들리고 동협 들어온다. 방 불을 켜자 이불 뒤집어쓰는 은미. 동협 손에 치킨과 소주가 들려 있다.
 
동협 뭐야~ 불은 다 꺼놓고. 자고 있었어?
은미 .....
동협 (다가와 침대에 걸터앉고 치킨을 흔들며) 저기요...무슨 냄새 안 나세요...?
은미 (이불을 더 뒤집어쓰며) 내비 둬...
동협 (치킨과 소주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왜 그래? 어디 아파?
은미 자긴 왜 그래?
동협 (당황하며) 왜 그러냐니?
은미 (이불을 젖히고 벌떡 일어나 앉으며) 현태 오빠랑 무슨 얘기 한 거야?
동협 (아직 상황 파악 안됐다)얘기?
은미 여태껏 나한테 퍼진 엔진 팔라고 한 거야? 미쳤어?
동협 (잠시 멈춰 있다가 그제야 이해된 듯, 한숨 쉬며 담배에 불붙인다.)
은미 (목소리 신경질 적으로 변하며) 곤이 기억 안나? 제 정신이야?
 
씬8. 회상/ 한강 (낮)
한강 다리 아래 오토바이 세워놓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불량 고등학생들. 여기저기서 아~시발아 그건 아니지~, 미친놈아~ 등등의 웅성거림. 교복차림의 동협과 그의 옆에서 역시 교복차림으로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은미. 동협은 껄렁하게 담배를 피고 있고 은미는 그런 그의 옆에서 담배 연기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때 그들에게 다가온 오토바이. 교복차림의 곤이 내린다.
 
여기 또 다 모여있네~ 지겹지도 않냐~
동협 야 뭐냐 CBR?
이거 완전 싸게 샀다? 야 이거 쇼바 올린 거 봐. 개간지?
동협 병신새끼~ 어디서 사고 나서 엔진 다 퍼진 거 산거 아냐?
엥? 이 새끼가? 쇼바 보랬더니 엔진이 왜 나와.
동협 쇼바를 시발 왜 올리겠냐~ 생각 좀 해라.
 
낄낄거리는 아이들. 머리를 쥐어 잡고 길길이 날뛰며 아닐 거야~~외치며 코믹하게 오토바이 주변을 도는 곤. 은미는 그 모습이 웃겨서 깔깔 웃는다.
 
동협 (같이 웃다 급 정색하고) 조심해 병신아. 그런 거 잠깐 멀쩡한 엔진처럼 고쳐서 판다잖아.
씨... 사람이 그럼 안되지. 타다 죽으면 어떡하라고...
동협 (담배 피며 바닥보는 동협) ....알빠냐? 돈 받으면 끝이지 병신...
 
씬9. 원룸 안 (새벽)
거의 다 먹은 치킨과 소주. 은미와 동협은 취해서 앉아있다. 눈가가 촉촉한 동협. 은미는 그런 동협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동협 나도 정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은미 .....
동협 나도 시발.. 곤이 그렇게 된 거 생각하면서 진짜 안하려고 했거든?
(술잔 들이키는데 비어있다. 가만히 빈 잔 들여다보며) 그런데 양현태 시발 놈이...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은미 (아무런 표정 없는 얼굴) 현태가 죽으라면 죽을래?
동협 (은미에게 앉은 채로 다가가며) 자기야... 자기야 응..? 우리 쉽게 가자. 현태 새끼 눈 밖에 나면 나 가만 안둘 거, 자기도 알잖아..
은미 (한숨 쉬며) 그냥 여기 뜨자.. 난 이제 못 팔아.
동협 (다급하게 은미의 손잡는다.) 자기야...자기야? 이제 딱 5대 남았어. 나 시발, 아 이런 말까지 안 할라고 했는데.
은미 뭐, 말해 봐. 이제 놀랄 것도 없다.
동협 1000 땡겼어.. 작년 여름에... 사재기 하느라.
은미 (코웃음 친다.) 다 터진 엔진으로 갈아서 쏠쏠하게 벌었을 거 아냐?
(정적)
동협 없어...
은미 왜 없어? 돈 통에 들어있는 건 뭔데?
동협 그 돈은.... 못 써...
은미 (상을 내리친다,) 그니까, 왜? 대체 왜? 
(점점 커지는 목소리)  왜 대체 왜!! 뭘 자꾸 숨기는데!
 
동협, 은미를 와락 끌어안는다. 은미, 술김에 꺼이꺼이 터진 눈물. 동협 그런 은미의 어깨를 쓸며 다독인다. 우는 은미에게 입 맞추려는 동협. 은미 밀어내려하지만 소용없다. 화면 어두워진다.
 
씬10.  오토바이 주차장 (낮)
오토바이 하나를 끌고 나오는 동협. 은미에게 건네준다. 무슨 말인가 더 하려하지만, 은미, 자기 헬멧을 쓰고 시동 걸고 가버린다. 그 모습 바라보다 동협, 휴대폰 꺼낸다. 카카오톡에서 현태 형님, 이라 저장된 대화창 누른다. 
 
씬11. 맨날 그 길거리 (낮)
은미가 오토바이 타고 도착하니 갓길에 앉아있던 청년이 일어난다. 쭈뼛거리다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남자. 웃는 얼굴이 순박하게 생겼다.
 
은미 (헬멧 벗으며) 제우씨 맞으시죠?
제우 네. 조제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은미 (당황스러워서 웃으며) 뭘 잘 부탁해요. 오토바이 사고 파는 사이에...
제우 (계속 웃는 얼굴로) 그래도요.. 제가 잘 몰라서요..
은미 (은미 제우 장난스럽게 노려보며)....탈 줄은 아시죠?
제우 아, 네..!(허겁지겁 뒷주머니를 만지며) 면허도 땄어요.
 
제우, 은미에게 원동기 면허증을 보여준다. 딴 지 얼마 안됐다.
 
은미 (웃으며) 넣어둬요 그건 왜 꺼내요. 내가 무슨 경찰인가.
제우 (당황하며 다시 집어넣는다.) 아아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요?
은미 ....오토바이 먼저 보세요.
제우, 꾸벅거린 뒤에 오토바이를 본답시고 주변을 빙글 빙글 돈다. 뭘 봐야할지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그저 빙글 빙글 돌고 있다.
 
Insert 오토바이 주변을 빙글빙글 돌던 곤, 깔깔 웃던 은미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삽입 되었다가 사라진다.
 
은미 ...보고 계세요. 잠시만요.
 
은미 뒤돌아서 핸드폰으로 동협의 카톡 창에 들어간다. 복잡한 표정으로 빠르게 타자를 치는 은미. 그녀의 카톡 창, 화면에 크게 따로 뜬다.
 
은미(카톡) -자기야, 이거 꼭 팔아야해? - 나 진짜 -못하겠어.
 
은미, 답장 기다리는 동안 제우 본다. 제우 클락션 눌러봤다가 큰 소리에 혼자 깜짝 놀라고 있다.
 
동협(카톡) -그거까지만 해줘 그럼.. -다른 것들은 –내가 –부산에라도 -가져가든지.
은미(카톡) -.....
동협(카톡) (한 개씩 빠르게 올라온다.) 아-내- 사정-다 알잖아- 제발- 좀 – 응?
은미, 핸드폰 집어넣고 한숨 쉬며 머리 쓸어 넘긴다. 제우에게 다가간다.
 
은미 어째, 다 보셨어요?
제우 아 넵, 깔끔해 보이고 좋아요.
은미 네..뭐 그렇지요.. 그럼 뭐..
 
제우, 멍하니 있다가 허겁지겁 봉투를 꺼내서 은미에게 건네준다.
 
제우 두 번 세서 넣긴 했는데, 다시 한 번 보세요.
은미 (봉투 아무렇게나 넣으며) 됐어요. 타고 가시면 돼요.
제우 아, 그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는 이상하네요? 하하. 그럼 안녕히.
제우, 어설프게 타서 시동 건다.
 
은미 잠깐, 잠깐만요.
제우 (돌아본다.)
은미 그냥 타요? 헬멧 안 가져오셨어요?
제우 헬...멧을... 
은미 하, 이거라도 쓰세요. (바닥에 내려놓고 있던 자기 헬멧 집어준다. 알아주는 브랜드 풀페이스 헬멧으로, 광도 번쩍번쩍한데, 다만 핫핑크다. 핫핑크. 엄청 튄다.)
제우 (손사래 치며) 아아 아니에요 그런 핫핑크를..! 절대 괜찮은데요...? 안 쓸래요..!
 
씬12. 똑같은 길거리 (낮)
뚱하니 핫핑크 헬멧을 써버린 제우 얼굴 클로즈업.
 
은미 자, 됐죠? (허리에 손 올리며) 헬멧 없으면 면허 있어도 잡혀요.
제우 (웅얼웅얼)
은미 (헬멧 고글 열어준다)
제우 감..감사합니다...이런 것까지...
 
조금씩 비틀거리며, 어설프게 스쿠터 몰고 사라지는 제우의 뒷모습. 그것을 바라보는 은미. 구도가 첫 장면과 거의 비슷하다.
 
씬13. SS오토바이 센터 (낮)
센터 문을 들고 들어오는 은미. 왁자지껄하고 있던 현태와 동협을 비롯한 남자들 두엇. 순간 정적. 안은 오토바이 몇 대가 분해 중이라 내부는 수선스럽고 담배 연기 자욱하다. 
 
은미 (동협 근처로 가다가, 마음이 바뀐 듯 중앙에 우뚝 선다.)
현태 여~ 이 달의 판매 왕 오셨네~ 박수우~
 
남자들 마지못해 박수 턱 턱 친다.
 
은미 여기... 320.
동협 (어색하게 웃으며) 고마워 자기. (받으려는데, 은미, 현태에게 바로 준다.)
현태 (담배 불 붙이다가 시선 치켜 올리며) 뭐여?
은미 이거, 어차피 상납하는 돈 아니에요?
남자들 잠시 눈치 보다가 열~~ 길게 야유한다.
 
현태 (걸터 앉아있던 오토바이에 반쯤 누우며 담배 연기 뿜는다.) 워 무서부러~ 우리 사이에 무슨 상납~?
동협 자기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
은미 됐어. 오빤 가만히 있어.
현태 이 씨발~우리 이쁜 은미야~ 우리가 무슨 깡패새끼야? 니들이 갖다가 니들이 파는 거 아냐~ 왜 쌩 사람을 잡고 그러실까?
은미 (눈 깜짝 안하고 맞선다.) 동협이가 얼마 꿨는지 모르겠는데. 이제 우린 안 해요. 오빠들, 이거 범죄예요.
현태 야~이젠 범죄자 새끼라네~
 
야유 소리 커진다. 남자1 컥컥 웃다가 가래침 뱉는다. 현태, 뱉지 마 시펄롬아~ 후딱 빨아먹어~ 동협, 자리에서 일어나 은미 잡고 나가려한다. 놔봐! 은미, 뿌리치려하지만 세게 잡혀 끌려 나간다. 남자들 껄껄 웃는 소리.
 
씬14. SS오토바이 센터 밖 (낮)
밖에 나와 동협 손 뿌리치는 은미. 잡힌 팔이 아픈지 살짝 잡는다. 동협 그런 은미를 아무 표정 없이 바라본다. 도로 위로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동협 ....다 끝났어. 이제 팔아 달라 안 할게. 여기서 이러지 말자.
은미에게 다가와 가만히 손을 잡는 동협. 은미 가만히 있지만 아무 표정 없다. 계속해서 달리는 차들. 서서히 중앙의 두 사람 가린다.
동협 (목소리만) 자기, 나 사랑하는 거 맞지..?
 
씬15. 원룸 침대 위 (밤)
은미, 잠든 동협 옆에 누워서 그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씬16. 회상/ 운동장 구석 (저녁) 
교복 차람의 곤과 은미, 동협이 옹기종기 곤의 CBR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모여 있다. 
 
동협 잘 들어. 나사 헛도는 소리. 꼴딱 꼴딱 넘어가는 소리, 자글자글 끓는 소리그런 소리가 두 개 이상 나면 그 엔진은 끝난 거야. (오토바이 킥으로 시동 건다.)
 
아이들 가만히 엔진 쪽으로 쪼그려 모여 앉아 귀를 가까이 댄다.
 
씨 조용하네... 이 새끼 부러우니까, 겁주고 있어.
동협 ....글쎄, 잠깐 조용 할 순 있다니까. 너 이거 계속 탈거야?
멀쩡한 것 같은데 그럼 안타냐?
동협 이거 폭탄 돌리기 같다고. 느낌이 안 좋아.
은미 그래도 너무 조용한데? (웃으며) 자기 진짜 괜히 겁주는 거 아냐?
동협 아 그래 니 맘대로 해라. 팔아먹으려고 맘먹은 걸 시발 우리가 무슨 수로 아냐.  난 말했어. 아는 형이 알려준 거란 말야.
(일어나 기지개 켜며) 야 됐어. 타다 죽으면 그것도 개간지지.
동협 (웃으며) 미친 새끼. 죽지마라 존나 간지는 무슨.
 
씬17. 원룸 침대 위 (밤)
은미, 가만히 동협의 가슴 위로 귀 붙인다. 
 
Insert 콩.닥.콩.닥.콩.닥 동협의 규칙적인 심장 소리.
 
은미, 동협의 심장 소리 들으며 가만히 눈 감는다. 동협이 잠결에 자꾸 몸을 뒤척이려는 것을 힘주어 꼭 잡는다. 끄응 소리 내며 포기하고 다시 정자세로 자는 동협. 동협의 규칙적인 심장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린다. 
감은 은미 눈에서 또르르 눈물 굴러 내린다.
 
씬18. 편의점 (낮)
은미, 편의점 카운터 뒤에 서있다. 점장에게 일을 배우는 모습. 서투르지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 점장도 예쁘고 싹싹한 은미를 최대한 잘 해주려는 듯. 화기애애하다.
 
점장 그럼 한번 오전 타임 서봐. 잘 부탁해요 은미씨.
은미 넵! 다녀오세요.
 
점장 인자하게 웃으며 나간다. 은미 혼자 서있다. 카톡. 카톡. 폰을 슬쩍 본다. 동협의 메시지가 오고 있다.
 
동협(카톡) -나 지금 추풍령 –2시간은 –더 가야할 듯 – 보고 싶다.
 
은미, 웃고 있던 얼굴 지우고, 굳은 표정으로 답장 적는다.
 
은미(카톡) -조심히 가. -나도 -보고 싶어.
 
씬19. 추풍령 휴게소 (낮)
동협. 용달 트럭 옆에 서서 담배 피며 핸드폰 들여다보고 있다. 용달 트럭 위에 스쿠터 4대가 고정되어 묶여있다. 화장실 다녀 온 듯, 그에게로 쓱 다가와 조수석에 오르는 양현태.
 
현태 가자 동협아~ 니 나랑 2박3일 부비고 싶냐~
동협 (핸드폰 집어넣고 후다닥 운전석 오르며) 으흐흐 형, 눈치 빠르시네요.
현태 징그러워 새끼야~일이나 똑바로 허자.
 
동협, 가만히 정면 주시하고 달린다. 현태, 창 내리고 담배에 불붙인다.
 
현태 야, 동협아. 너 은미 입단속 제대로 하고 있냐?
동협 (부담스럽게 웃으며) 아 그럼요 형. 은미 제 말이면 다 듣잖아요.
현태 기집년들 믿을 수가 있어야지~ 쪼기 시작하면 버려라. 돈이 먼저 아니냐.
동협 .....네 형.
현태 니 그년 하나 깔고 살라고 군대 가야겠냐? 쌈박하게 새겨 줄 테니까.
동협 흐흐흐 맞아요. 괜히 군대 가면 어차피 차일 듯.
현태 그래 새끼야~ 내가 니 똑똑한 거만 보고 데리고 다니는 거야. 시발 롬~ 아싸리 전신 제대로 새겨서 공익으로 빠지는 놈이 이기는 겨~ 니 퇴근하면 어? 대학갈 돈도 벌고 쉬발 얼마나 좋냐? 꿩 먹고 알 낳고 새끼야.
동협 (크크크 웃는다) 대학은 무슨, 저는 형님만 믿습니다~
현태 날 믿긴 왜 믿어 돈이나 바짝 벌어서 후딱 마무리나 혀 새끼야~
동협 예. 이제 색만 넣으면 됩니다.
동협, 소매 쓱 걷는다. 손목 바로 위까지 새기고 있는 중인 문신 보인다.
 
씬20. 편의점 밖 (낮)
은미, 편의점 밖의 테라스 위를 정리 중이다. 잠시 허리를 펴고 도로를 보는데, 그녀의 핫핑크 헬멧이 보인다. 제우가 오토바이를 타고 신호 대기 선에 서있다. 제우의 오토바이 뒤에는 전에 없던 배달통이 붙어있다. 
[새청년 떡볶이 –신속배달-] 이라고 쓰여 있다.
 
은미 어....
 
제우의 핫핑크 헬멧이 햇살에 반짝 반짝 빛난다. 신호 바뀌고, 우회전해서 은미 있는 편의점 건물을 끼고 골목으로 진입한다. 은미 쪽으로 다가오면서 텅, 텅, 엔진 쇳소리가 점점 커진다. 은미가 멍하니 보고 있자, 제우의 헬멧도 은미 쪽을 잠시 본 것처럼 돈다. 하지만 얼굴이 다 가려져있어 알 수 없다. 제우는 그대로 골목으로 들어가고, 텅, 텅, 텅 쇳소리 점점 작아진다.
 
씬21. 편의점 안 (낮)
은미, 앉아서 배달 어플을 켠다. 근처로 잡히는 떡볶이 집에 새청년 떡볶이가 있다. 들어가 보니 리뷰는 몇 개 없지만 다들 칭찬 일색이다. 제일 최근 리뷰가 화면에 뜬다. 
[사장님 이제 먼 거리도 배달해주시네요~ 맨날 가서 포장하다가 감동 ~ 번창 하세요~]
Insert 텅, 텅, 텅, 거리던 쇳소리 콩.닥.콩.닥 하던 심장소리 교차되며 점점 커진다.
핫핑크 헬멧 속에서 웅얼웅얼 거리던 제우의 모습.
 
은미 이건 아냐....
 
씬22. SS오토바이 센터 앞 (밤)
은미, 센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용달 트럭 들어오는 것 보고 일어난다. 현태와 동협, 트럭 뒤에 주차하고 센터로 오다가 은미 발견한다.
 
은미 다녀오셨어요?
현태 야~지극한 사랑이네~ 마중도 나오시고 동협이 복 받았어~
동협 자기, 집에 있으라니까...
 
은미 별 말 안하고 현태 앞으로 간다. 그에게 종이 한 장 건넨다.
 
현태 이게 뭐여? 나 글씨 많은 거 안 읽어~ 니가 읽어 봐라? (동협에게 건네준다.)
동협 (종이 보자마자 흠칫 놀란다.) 이게 뭐야?
은미 고소장.
현태 무슨 장?
은미 아직 안냈어요. 진정해요.
현태 진장? (헛웃음) 야 니 시발(동협에게 어깨 올리며) 얘 돌았는갑다?
동협 .........
현태 아야, 이런 거 시시콜콜 고소하면 피곤해서 못 살어. 니가 뭐라고 고소하냐? 얘까지 쌍으로 콩밥 먹일려?
은미 그래야 한다면요.
현태 아야, 이거 돌은 거 맞네.
동협 얘기 좀 해.
은미 아니 할 말 없어. (은미 눈물 차오른다.) 난 이거 내일 똑같이 써서 낼 거야. 마지막 배려로 가져온 거니까, 알아서 변명 찾던지.
현태 (은미 앞으로 바짝 간다.) 야, 이런 거 빠져나가는 방법 널리고 터졌어. 어차피 좆같은 세상~ 약육간식이라 않냐. 우리도 좀 살아야지 씨발 은미야~
동협 (흠칫하지만 묵묵히 있는다.)
은미 (우는 채로 웃으며) ....약육강식이겠죠. 모르면 제발 주둥이 좀 닥쳐요.
현태 (어이없어서 주변 돌며 껄껄 웃는다.) 야.
야.
한입에 쏙 씨발, 먹기 쉬우니까 간식이란 거 아냐 니처럼, 시발 걸레년아.
동협 형 그만해요.
현태 니 시발 ~ 둘이 알아서 물고 빠쇼. 그거 내면 둘 다 뒤지는 줄 알고.
현태, 바로 앞에 있던 오토바이 타고 가버린다. 또 정중앙에 선 두 사람. 이번에는 늦은 밤이라 차 한 대 없이 적막하다. 
 
은미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만하자.
동협 왜... 왜 이렇게까지 해?
은미 소리. (목 메여 잠긴 목소리.) 네 심장소리.
동협 무슨...?
은미 언제 퍼질지 모르겠어.
 
은미, 돌아서 가버린다. 처음엔 씩씩하게 빠르게 걷지만 점차 속도를 줄인다. 울며 가는 은미 얼굴, 뒤로 멍하니 서있는 동협이 점점 멀어진다. 은미 어느 새부터 거의 기어가는 듯 천천히 가며 일부러 눈물을 크게 닦는 둥 하지만, 동협은 그저 담배에 불만 붙이고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다. 은미, 일부러 더 큰 소리로 울며 가지만 동협은 미동도 없다. 은미,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걷는다. 결국 은미 사라지고 그제야 고개를 드는 동협이 저 멀리 작게 보인다.
 
씬23. 새청년 떡볶이집 안 (낮)
은미, 조심스럽게 떡볶이 집 문을 열고 들어간다. 좁은 실내에 2인석 탁자들이 5개 겨우 놓여있지만 깔끔한 내부. 어서오세요~ 개방형 주방에서 제우가 뛰쳐나온다. 은미를 알아본 듯 어? 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꾸벅 인사한다. 피곤한 얼굴의 은미도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제우 오토바이 맞으시죠? 와.. 여기서 뵙네요.
은미 네...저 일부러 왔어요.
제우 (의아한 표정) 일부러요? 어떻게..? 무슨 일이시죠? 아 헬멧 받으시러?
은미 아녜요 아니고요. 그건 그냥 드린 거예요.
제우 아~그래도 계속 마음에 걸려서요. 비싼 거 같던데....
은미 오토바이.. 잘 나가요?
제우 (머쓱해하며) 하하 아마도요. 음...
은미 그거, 죄송한데... 다시 살게요.
제우 네? 왜..왜요?
은미 .....두 번은 싫어서요.
 
영문을 모르는 듯한 제우. 은미 울 것 같은 표정이지만 마음 가다듬은 듯 환하게 웃는다.
 
은미 헬멧은 그냥 가지세요. 잘 어울리세요. 새 오토바이 찾아 드릴게요.
저번에 보니까, 사기 당하기 딱 좋더라.
제우 아, 그 그랬나요..! 제가 잘 몰라서요.
은미 (웃으며) 엔진을 잘 보셔야죠. 엔진이 심장인걸요.
제우 아아 엔진이요...
은미 사람도! 오토바이도! (가슴을 치며) 심장이 깨끗! 튼튼! 해야 하거든요.
 
 
씬24. 에필로그/ 회상/ 한강 다리 아래 공터 (낮)
떠들썩하던 아이들 하나 둘 떠나고, 동협과 곤과 은미만 남는다. 오토바이 아래에 쭈그려 앉아서 이것저것 살펴본답시고 들썩이는 곤의 뒷모습. 곤이 안보는 사이에 은미에게 뽀뽀를 하는 둥 애정 표현을 하는 동협. 곤이 갑자기 돌아보자 아닌 척한다.
 
(다시 뒤돌아 등을 들썩이며) 나는 뒤통수에도 눈이 있지~
동협 시바~그럼 앞에 있는 눈은 뽑아라~ 병신아녀~
지랄아~다 보인다는 말이지~
동협, 큭큭 거리며 은미 가슴속에 얼굴 파묻는다. 은미 간지러워 꺄르륵 웃는다.
 
(여전히 뒤 돈 채로) ....너희 둘이 결혼할거냐?
은미 당연하지~
동협 아~
그래 시발~ (뒤돌며) 꼭 결혼해라. 
 
곤, 웃어서 빨갛게 물든 은미 얼굴 물끄러미 본다. 은미도 흠칫 곤을 본다.
 
부럽다 새끼들아.
동협 시발 난 CBR이 더 부러워
은미 (동협을 꼬집는다. 아야, 아야.)
(오토바이 본체를 퍽퍽 때리며) 그래. 난 이거만 있으면 돼! 인생 뭐 있냐!
 
곤, 오토바이에 오바하며 입 맞추고 난리 난다. 그 사이에 은미에게 또 입 맞추는 동협. 은미, 웃으며 그런 그를 밀려는 듯, 아닌 듯, 셋의 모습 점차 멀어지고, 흐려지고, 그렇게 암전.
 
  Inset 심장소리인 듯 시동 거는 소리인 듯,  쿵, 쿵, 쿵, 쿵.....
 
-드라마 부문 심사평
 
  올해 드라마 부문에는 총 네 편이 출품되었는데, 주제가 다양하고 모두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 것이 특징적이다. 「송충이들」은 일련의 인간들을 벌레에 비유한 일종의 우화극으로 상상력이 돋보였으나, 내적 리얼리티와 개연성이 약한 것이 결정적인 한계로 지적되었다. 「해가 지면 밤은 온다」는 정신병동에서 탈출하는 히스타민과 큐로켈, 그리고 이들을 잡아 오고자 하는 신참 간호조무사 이양이 여름날 하루 동안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 ‘해가 지면 밤은 온다’는 ‘좋다, 망하고. 망했다, 좋고’의 순환에 해당한다. 그런데 ‘해’와 ‘밤’의 의미가 인물들의 관점에 따라 매우 다르고 불분명하게 전달되어 인물들의 행동 목표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리플레이」는 A.I의 발전으로 예상되는 가까운 장래의 암울한 상황을 다룬 작품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공포감이 만연한 오늘의 현실에서 인공지능을 앞설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능력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그것에 이르는 과정은 인공지능과 벌이는 게임이다. 그런데 그 게임이 너무 단순하고 결론 또한 주인공이 게임회사에 취직되는 단순한 해결로 마무리되고 있다. 상황 설정은 좋으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서 극적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엔진」은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갈등이 분명하고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이 설득력 있다는 점에서 4편의 작품 중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되었다. ‘엔진’은 작품 속에서 ‘심장’으로 비유되지만, 주제 면에서 ‘양심’을 함축하기도 한다. 분량이 적고 단조로운 씬 구성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하였으나, 캐릭터의 내적 갈등과 심리 변화를 치밀하게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해당 분야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박연숙 교수(베어드학부대학)
백로라 교수(문예창작학과)
 
-드라마 부문 수상소감
 
  부족함이 많은 글을 읽어주시고 상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계속해서 글을 써도 된다는 따뜻한 격려를 받은 것 같습니다. 사실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떨어지는 게 두려워, 제 글을 투고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자신이 있어서 글을 낸 건 아닙니다. 이제야 제가 좋아하는 글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을 뿐입니다. 그 첫 도전을 상으로 돌려주셔서 더욱 기쁨이 큰 것 같습니다. 「엔진」은 저의 철없는 문제아 첫사랑의, 무용담 아닌 무용담에서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가 그 정도로 나쁜 아이는 아닐 거라 믿으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 폭포처럼 떨어지던 슬픔은 또 다르게 느껴졌었죠. 10년을 속에서 굴리고 곪아온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앞으로도 펜 을 놓지 않고 더 많은 생의 표정을 마주하려 합니다. 그렇게 성실하게, 재주 있는 이야기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혜지(문예창작·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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