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소장자료 검색란에 ‘생각의 경계’를 써넣고 검색 버튼을 눌러 보았다. 아니, 이 책의 대출 횟수가 고작 3회밖에 안 된다니. 베스트셀러의 대출 횟수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너무 박한 숫자가 아닌가 싶었다. 베스트셀러에 편중된 독서 문화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대학생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가 보다.


   100번대 서가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 책의 책장 곳곳에 좀 더 많은 학생의 지문이 남기를 바라면서 글을 쓴다. 대출 횟수가 늘어나면 도서관에서 책을 추가로 구입할 것이고, 그러면 언젠가는 이 책을 검색했을 때 c.3, c.4 같은 복본기호를 보게 될 날도 있을 것이다.


   실은 나도 이 책을 구입한 지 일 년이 훌쩍 지났다. 꼭 읽고 싶어 눈에 띄자마자 냉큼 구입했지만 완독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1장과 2장의 ‘경계’에 머무르기를 몇 차례. 이내 읽는 일이 시뜻해졌다. 다시 꺼내 들고 일주일에 걸쳐 읽고 또 읽었다. 못다 한 숙제를 겨우 끝낸 듯한 기분이다.


   ‘생각’과 ‘지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생각’을 ‘생각’이라고 하지 ‘지식’이라고 하지 않을까?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객관성의 정도에서 차이가 나는 듯하다. ‘지식’은 ‘생각’에 비해 더 많은 다수에게 그 내용이 객관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은 학문 영역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이 개재되지 않지만 ‘지식’은 학문 영역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이 개재되는 것 같다. 또 ‘지식’은 ‘생각’에 비해 어떤 분야에서 유용한 내용인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생각이 지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에 그 해답이 있다. ≪생각의 경계≫는 우리가 조각조각 만들어내는 생각이 언제 어떤 계기로 변화하는지, 생각이 어떻게 지식으로 진화하는지를 탐구한 책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경계’라는 개념을 끌어들인다. 자연에서 경계 지역에 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듯, 사람의 생각과 변화도 새로운 생각과 만남이 있는 경계에서 생긴다. 그곳에서 긴장과 궁금증, 호기심, 창의적 발상, 즐거움, 놀라움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변화는 다시 생각을 유발한다.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 끊임없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즉, 경계는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와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면 우리는 늘 생각의 경계면을 맑고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계면이 먼지로 덮인 채 생각의 껍질이 두꺼워져서 새로운 생각을 만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생각이 지식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열두 단계로 정리해 보이는데, 이 열두 단계는 그대로 이 책의 목차를 구성한다. 경계를 시작으로 빈칸, 매듭, 지식투영, 지식단면, 생각과 뇌, 질문, 지식결합, 지식공유, 지식의 진화, 창의성, 생각의 흐름 등 이상 열두 단계에서의 주요 쟁점을 타당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 설명한다. 언뜻 보면 굉장히 추상적일 것 같은 내용이지만 비근한 예와 그림, 통계 자료를 곁들여 놓고 있어 이해하기 용이하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지식과 지식의 경계에서 새로운 꽃이 피는 것 같은 진기한 경험을 했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을 읽는 이들 모두가,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경계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경계로 인식하고 사물과 우리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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