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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숭실문화상
자정의 픽션
박미정(문예창작·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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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호] 승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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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고개를 저으며 문장을 지운다

창밖에는 비가 오고

 

그는 이가 사라진 자리에

혀를 밀어 넣는다

뜨거워지는 혀

 

나뭇가지처럼 부러지는 빗소리

 

그는 창문을 열어 빈 화분을 안으로 들여놓는다

화분의 물을 쏟아버리고

젖은 손을 바지에 문질러 닦자

얼룩이 잇자국처럼 솟아오른다

 

안개는 개가 지나갈 때마다 벌어진 아가리를 다문다. 안개를 떨쳐내기 위해 개는 멈추지 않고 뛰어다닌다.

 

멀리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밤이 짧아지는 동안

수염은 자라나고

 

시 부문 심사평

김인섭 교수(문예창작학과)

우대식 교수(국어국문학과)

 

응모작을 읽으며 다시 느낀 생각은 시라는 장르가 참 어렵구나 하는 것이었다. 읽으면서 시적 저의에 대해 선뜻 공감해줄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 시 창작 방법에 다양한 이론이 있을 터지만 무엇보다 자신과 대상의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혹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형상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선작으로 박미정의 작품을 뽑는다. 제출한 6편의 작품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실과 관념의 교차점이 그런대로 잘 봉합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자정의 픽션은 다른 여타의 작품보다 분명하고 다양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독자로 하여금 시적 의도에 더욱 근접된 접근이 가능하도록 구조되어 있었다. 단 바람이 있다면 자기를 드러낼 때 너무 머뭇거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충만한 자기 현시(現示)는 난해함마저도 극복할 수 있는 한 방법론이 될 수도 있다.

가작은 채다인, 박혜민, 임건우, 김경수를 두고 심사위원들이 고민했다. 채다인의 시적 에스프리는 높이 사고 싶다. 무리 없는 시상의 전개, 일상어의 구사 등 좋은 점이 많았지만, 통속적인 전개가 마음에 걸렸다. 박혜민, 임건우의 경우도 시를 상당 기간 써 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박혜민의 시는 가독성은 좋았으나 좀 더 신선한 시각이 요구된다. 최초의 발화를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임건우의 경우는 짧은 문장을 중첩해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으나 전체의 유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김경수의 작품들은 좌충우돌의 그것이었다. 발호아의 지나친 욕망이 작품을 망치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코드에 접속될 때 큰 음파를 낼 수도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0월의 종착역이 그러한 작품이었다. 시를 통해 세계를 드러내고자 하는 그의 열망을 높이 사 가작으로 뽑는다.

다른 무엇도 그러하겠지만 시는 짧은 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다른 무엇과 다르게 시 쓰기의 괴로움은 자신을 자꾸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 쓰는가를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물음의 괴로움이 극복될 때 좋은 시가 가능하다. 응모자 모두에게 머리 숙인다. 이 시대에 시에 관심을 가지고 시를 쓴다는 사실에 대한 경외다. 당선자들에게도 축하의 말을 전한다. 다형문학 당선자로서 오늘날 시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이 많다. 더 분발하시기를 바란다.

 

시 당선 수상소감

박미정(문예창작·13)

 

졸업을 앞두고 학교를 떠나기 전, 뜻밖에 큰 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행복합니다. 재학생으로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냈던 만큼 더욱 값진 수상입니다. 문학상에 작품을 응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첫 수상이라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습니다. 사실 저는 소설에도 뜻을 두고 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그동안 시에서만 늘 빛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시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빛을 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2년 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조경란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뭐 하면서 지냈는지 물어보신다면 한동안은 방황하고, 한동안은 읽고 쓰면서 지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올 한해는 엉킨 실뭉치처럼 힘든 일이 많았지만,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한 해로 기억되어 잘 매듭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불안한 시절을 보내는 제게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문학을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신 김인섭 교수님, 처음 시가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신 최승호 교수님, 시에 대한 재능을 발견해주시고 격려를 보내주신 김선아 교수님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얼른 글을 쓰고 싶도록 이끌어주신 조경란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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