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졸업식이 오는 9일(금) 열린다. 그리고 그 다음 주면 민족 명절인 설이 찾아온다. 아마 이번에 본교를 떠나는 졸업생 중 적지 않은 인원이 고향이나 큰 집으로 내려가길 꺼려할 것이다. 취업길이 확실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눈총을 주는 어른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물론 취업을 성공하지 못한 차세대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한 마디 조언하는 것쯤은 청년들도 달갑지 않겠느냐마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둥, 남의 집 자식은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둥 사회적 문제나 분위기에 무감각한 잔소리만 내뱉는다면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취업난이 심화되며 자연스레 일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 비경제활동인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도 실업자도아닌 이들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일할 의사가 없거나 일할 능력이 없어 노동 공급에 기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뜻한다. 하지만 극한으로 치닫는 청년 취업난 앞에 해당 언어의 의미는 퇴색한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직업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까닭이다. 속된 말로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음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을 위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야 할 지경일지 모른다.

  ‘부’경제활동인구. 차라리 비(非)보다 부(不)가 어울린다. 비(非)는 단순 ‘아니다’란 뜻 외에도 ‘그르다’, ‘나쁘다’란 뜻이 있다. 왜 사회적 문제 탓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끊임없이 스펙을 경쟁하는 고된 청년들을 그릇된 자로 만드는가? 다소 무책임하고 잔인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비(非)와 다르게 부(不)는 ‘못하다’란 의미를 갖는다. 어쩔 수 없이 직업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비(非)보단 어울리는 말이지 않은가?
 
  취업난 탓에 직장을 구하는 일은, 특히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얻는 일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에 꿈을 포기하지 말란 격려의 말조차 기만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본 기자는 취업에 대한 격려나 응원을 하고 싶지 않다. 사회에 나간 졸업생들이 괜히 구직단념자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귀를 막자. 차라리 가족의 시선이나 기대 따위모두 무시한 채 스스로의 심신에 골몰해보자. 당장 주어진 현실은 가혹하다. 당신은 얼마나 사회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스스로의 오기로부터 상처받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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