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쿡사람’이라는 표현은 왜 이렇게 찝찝한 걸까요?”

 ‘제노포빅’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제노포빅이란 ‘외국인 혐오’를 의미하는 단어로써, 외국인 혹은 이방인을 의미하는 ‘제노(xeno)’와 혐오나 두려움을 뜻하는 ‘포빅 (phobic)’이 합쳐진 합성어이다. 또한 이는 단순히 인종차별이나 외국인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은연 중에 외국인들을 홀대하거나 비하하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에 공중파나 지상파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의 어눌한 한국어를 소재로 농담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제노포빅이라며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JTBC에서 방영된 '힐링의 품격'에 출연한 기상 캐스터 박은지가 과거 '미녀와의 수다'의 외국 패널 중 하나인 크리스티나의 한국말 억양을 따라하고 있다.
   
  제노포빅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지난해 7월 KBS 라디오에 출연한 걸그룹 ‘앨리스’의 멤버 벨라는 대만에서 온 남자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멤버 라이관린의 어눌한 한국어 말투를 따라했다. 이에 트위터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벨라가 ‘외국인 혐오’ 표현을 했다며, 논란이 됐고 제노포빅이 잇따라 화두에 올랐다. 또한 과거 KBS2에서 방영됐던 예능도 재조명됐다. 지난 2010년 폐지된 방송 ‘미녀들의 수다’ 출연진 중 한 명이었던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의 특이한 한국말 억양은 오랫동안 출연진 사이의 농담거리로 이용됐다. 이와 같은 외국인들의 어눌한 억양을 따라하는 행동은 과거에 거의 문제로 제기되지 않았던 반면 최근에는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제노포빅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이유는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외국에 관련된 방송이 늘어 외국인들과대면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6년 국내 체류 중인 총 외국인의 수(합법 및 불법 체류자 포함)는 10년 전 자료의 3배 이상으로 약 200만 명 정도로 드러났다. 또 외국인들이 출연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타일러 라쉬’는 작년 10월 자신의 SNS에 “‘외쿡사람’이라는 표현은 나쁜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찝찝한 걸까요?”라는 글을 올리며 ‘외쿡사람’, ‘미쿡사람’ 등 외국인들의 한국어 발음을 농담거리로 삼는 단어에 불만을 표했다.
 
  또한 한국인들도 제노포빅의 대상이 될 수 있단 점에서 문제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의 연예 전문 방송 토크쇼 ‘TMZ’는미국을 방문했던 걸그룹 ‘EXID’의 멤버 정화의 영어발음을 희화화해 유머로 사용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해당 방송에서 방영된 제노포빅에 대해 인종차별이라고 규탄했고 박준형 등 “외국어를 노력해서 배운 사람의 억양을 비꼬거나 놀림거리로 삼는 것은 본인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연예인들 또한 공개적으로 ‘TMZ’를 비판했다.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에 의하면 발음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도 인종차별의 종류 중 하나로 명시돼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에 관한 내용에 따르면 합리적 이유 없이 인종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은 금지된다고 정해져 있다. 이에 이후 제노포빅을 지양하자는 국내 여론이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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