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존대 현상은 카페, 편의점, 음식점, 백화점, 홈쇼핑 등 서비스업과 상거래 현장에서 흔하게 관찰됩니다. 이처럼 ‘-시-’의 사용이 확산된 까닭은 청자를 극진하게 존대해야 하는 상황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화자가 청자를 존대하기 위해 기존의 합쇼체나 해요체를사용하더라도 ‘-시-’를 사용하지 않으면 화자 입장에서는 청자를 덜 존대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즉, 화자는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보다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가 청자를 고려한 더 높은 존대라고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천장 효과(ceiling effect)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천장 효과’란 조금 좋은 일에 이미 ‘엄청나게 좋다’는 표현을 써 버려서 더 좋은 일이 생겨도 같은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현상을 말합니다. 기존에 청자를 존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합쇼체와 해요체를 사용했기에, 더 높은 존대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이것을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화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화법의 빈틈을 메우고자 한 적극적인 시도입니다.

  예문을 보겠습니다. (ㄱ)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ㄴ)이 옷 색상이 너무 예쁘시죠? (ㄷ)이 제품은 배송 기간이 오래 걸리세요. (ㄹ)금액은 백사십구만 팔천 원이세요. (ㅁ)이건 약간 하드한 제품이시고요.

  이들 문장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어가 존대될 수 없는 대상인데도 ‘-시-’가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의 예문에서 ‘-시-’가 존대하는 대상은 문장의 주어가 아니라 화자의 눈 앞에 있는 청자입니다. 화자가 청자의 존재를 의식하여 의도적으로 ‘-시-’를사용한 것입니다. 예문 모두 담화상황에 존재하는 청자로 ‘고객님’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고객님),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고객님), 이 옷 색상이 너무 예쁘시죠?”, “(고객님), 이 제품은 배송기간이 오래 걸리세요.”, “(고객님), 금액은 백사십구만 팔천 원이세요.”, “(고객님), 이건 약간 하드한 제품이시고요.”처럼 말입니다.

  화자들은 사물을 더 존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앞에 있는 청자를 더 존대하기 위해 ‘-시-’를 사용했습니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 상하 위계가 점차 약화되고 언어에 나타나는 존대 등급도 뒤섞이거나 단순화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히려 서비스업이나 상거래 현장에서 나타나는 고객과 점원의 상하 위계는 예전보다 더 강화된 것 같아 보입니다. 점원은 더 많이 팔기 위해 고객을 최대한 존대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여기에서 이와 같은 용법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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