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토로 감독의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는 사랑의 본질을 다룬 영화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여성과 괴생명체의 사랑이라는 다소 진부하면서도 로맨틱한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또한 영화는 1960년대 미소 냉전시대 미국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삼으며 증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의 주인공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분)’는 볼티모어의 항공우주연구센터 비밀 실험실에서 일하는 청소부이다. 말을 할 수 없는 그녀의 유일한 소통창구는 수어이다. 그녀에게는 함께 일하는 동료이자 흑인여성인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가난한 화가이자 동성애자인 ‘자일스(리처드 젠킨스)’만이 존재한다. 소위 비주류로 통칭되는 이들은 그들만의 일상을 살아가고, 사회적 차별 속에서도 그들만의 위트를 잃지 않는다. 일상의 균열은 실험실 보안 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와 괴생명체의 등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엘라이자는 인간과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괴생명체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스트릭랜드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괴생명체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냉전시대의 폭력성 그 자체인 스트릭랜드와 서로의 결핍마저 편견없이 포용하는 괴생명체와 엘라이자의 사랑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대조되며 갈등을 심화시킨다.

  델 토로 감독의 말처럼 물과 사랑은 우주에서 가장 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과 같다. 주류와 비주류라는 단단한 벽을 허물고, 담아내는 모양에 맞게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엘라이자와 괴생명체의 사랑 역시 온전히 사랑 그 자체로 다가오기에 거부감을 느끼기 힘들다. 되레 편견과 증오로 점철된 스트릭랜드의 폭력성이 영화를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다. 결국 영화 초반부의 ‘낯섦’은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더욱 숭고한 사랑으로 다가온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름’은 오롯이 그 자체로 바라볼 때 무한한 생명력을 갖기 마련이다.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물처럼,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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