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이었더라도
불가항력이었더라도
  • 홍영민 기자
  • 승인 2018.03.05 00:16
  • 호수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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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일부 남성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특히 적잖은 세월을 보내 자신만의 가치관과 사상이 잡힌 성인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남성 중심적 문화’나 ‘젠더 권력’이란 개념은 말이다. 그러나 이젠 그러한 남성 중심적 문화를 남성 스스로 인지하고 이해하며 그것을 지양하려 노력해야 할 때다. 당신은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억압하는가?

  성 불평등 문제는, 특히 최근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남녀 간 불평등 문제는 애초 누군가를 가해자로 혹은 피해자로 낙인찍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성 간 평등 운동의 이름이 여성의 이름을 딴 것(페미니즘)부터 실상 남성에 대해 여성을 억압하는 가해의 주체로 단정하기 쉽다. 그럼에도 현세대의 남성들 모두를 자발적인 가해자라고 비난하고 싶지 않다. 여성 억압과 불평등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와 나란하기 때문이다. 즉, 통시적으로 지속됐던 문제임에 현세대뿐만 아닌 조상과 그들의 문화 및 체계에도 적잖이 원인이 있단 것이다. 그 문화 기저에 있던 억압과 불평등이 문제로 인식되지 못한 채로 현세대가 물려받았고 그 문화를 자연스레 남성들이 행하게 됐다. 일부 남성들에게 가해는 불가항력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피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즉, 남성들이 그간 되풀이하던 잘못을 더욱 뼛속 깊이 느껴볼 기회가 늘고 있단 것이다. 이에 남성들은 마땅히 ‘난 불평등을 지향하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해야 한다. 공론화되는 수많은 억압 속에 만약 한 가지라도 스스로가 행한 불평등이 있다면 반성하자. 그것이 의도적이지 않았다면 더욱 좋은 기회다. 남성에겐 허용되지만 여성에게 허용되지 않는 크고 작은 것들이나 단지 성별이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자신을 갈고닦아야 하는 현실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아무리 불평등의 문화가 역사와 결부됐다고 하나 현세대가 그러한 억압적 남성상이 잘못됐다고 인지했다면 그것을 방치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집안일을 하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는 거실 쇼파에 기대어 TV를 보는 장면이 익숙하거나 그것에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왜 그러한 장면이 당신의 일상에 녹아있는지, 또 그것이 우리 사회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도 전혀 부끄럼 없는 방향인지 말이다. 당신의 그러한 익숙함이 불가항력이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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