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월) 수행비서에 의해 안희정 전 충청남도 도지사의 성폭력이 폭로되면서 큰 충격이 일고 있다. 안 전 지사가 그간 민주주의와 인권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크지만, 안 전 지사가 진보진영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였기 때문에 “진보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반응도 있다. 이는 ‘#MeToo’ 해시태그 운동(이하 ‘미투 운동’)의 흐름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여성에게 조국은 없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미투 운동’이 처음 시작됐을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미투 운동이)나를 포함한 야당을 노린 정치공작”이라고 말했다. 또한 방송인 김어준은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표현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수없이 많은 음모론이 제기됐고, 2차 가해가 벌어졌다. △피해자 성희롱 △무고죄·명예훼손죄를 언급하는 협박성 발언 △피해 사실 검증 요구가 이어졌다. 언론은 피해자의 신원을 먼저 확보해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피해자의 입을 막거나 고발의 존재를 지우는 데 일조했다.

  우리 사회는 가해자를 단죄하는 것보다 피해자를 추궁하는데 익숙하다. 피해자는 사건을 너무 정확히 기억해서, 기억하지 못해서, 너무 당당해서, 당당하지 못해서 수상하다고 의심받는다. 남성들이 오해받지 않기 위해 여성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행동 규칙인 ‘펜스 룰’은 유리천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여성을 노동 현장에서 배제하는 데 기여해 보복처럼 작용하고 있다. 시작된 변화는 아무것도 없는데 ‘과열’과 같은 어휘를 사용하는 언론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공론화된 피해 사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도가 약한 피해들을 경계해야 한다. 언어로 이루어진 성희롱을 경계해야 하고, 아직 아무것도 폭로되지 않은 업계와 집단을 경계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를 성찰하고, 자신이 있는 곳부터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말을 빌리면, ‘미투 운동’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종의 자발적인 사회 공동 선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피해자를 공격하는 일이 아니다. ‘미투 운동’이 더는 필요하지 않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신이 있는 곳부터 돌아보는 자세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