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관에 뭐 행사가 있었대요. 그이가 음식물 자루 12개를 혼자서 다 내렸다는 거야. 그랬더니 몸살이 나서 4만원 주고 알부민인가 그 주사를 맞았대요. 내가 찾아갔더니 나를 붙들고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대. 일을. 그래서 내가 안 하시면 어떠냐고 했더니 그냥 너무 힘들다고 막 그래. 신랑도 다니지 말라고 말린대요. 밤마다 끙끙 앓으니까” - 미환개발 노동조합 김순자 위원장

  본교 청소노동자는 여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돼 봉급이 올랐다. 봉급은 올랐지만 지난해 21명, 올해 11명의 청소노동자가 정년퇴직했다. 그들의 빈자리가 야속하기만 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학교는 그들의 빈자리를 마냥 채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재정상의 문제죠. 아시다시피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기도 했고, 등록금은 고정돼있어요. 근데 인건비, 용역비에 대한 부분은 상승률이 가파르죠. 용역 하청업체인 미환개발 측과 매번 2년짜리 계약을 하는데, 재작년 12월에 계약 했어요. 계약 당시 정년퇴직으로 인한 청소노동자 자연 감소에 대해서는 충원하지 않는다고 미환개발과 계약을 했죠. 그래서 지난해, 올해에는 충원이 없었어요. 따로 남성 청소노동자 4명을 충원하기도 했지만요.” - 관리팀 김남수 팀장

  이렇듯 학교 측은 최저임금이 올라 인력을 충원하기는 힘들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지난해 50억 원에서 올해 3억 원 가량 증가했고, 등록금은 동결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청소노동자가 불만을 제기해 본교는 올해 남성 청소노동자 4명을 충원하기도 했다.

  “남자가 힘들지. 남자들은 청소도 청소고, 학교에 힘쓰는 일 있으면 동원돼. 동원만 나가면 어깨가 쑤셔. 어깨가. 그래서 세 노조에서 충원해 달라, 그러니까 학교에서 4명 지원해줬었지.” - 서울일반노동조합 숭실대시설관리분회 이종열 분회장

  남성 청소노동자 4명은 충원됐지만 여성 청소노동자 충원은 없었다. 이는 올해 공중화장실법 개정으로 화장실 대변기 칸의 휴지통이 모두 없어져, 화장실 일거리가 줄어 그만큼 필요한 인력도 줄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올해 화장실 휴지통이 없어졌잖아요. 그래서 일거리가 줄었죠. 큰일 중 하나가 화장실 휴지통 비우는 건데 그게 500개 정도 줄었으니까 여자 쪽에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고 합의가 됐죠.” - ㈜미환개발 김유진 대표이사

  그러나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일거리는 생각보다 줄지 않았다. 휴지를 변기에 버리다보니 화장실 변기는 막히기 일쑤였다.

 “똥물이 꽉 찼어요. 어제는. 이제 그걸 뚫어야 되잖아요. 그 사이에 넘쳐버리는 거예요. 사방에 똥물이 엉망진창이었지. 변기에 화장지를 적당히 놔야 되는데, 변을 봐도 한 번 내리고 화장지 넣고 내리고 하면 이런 사태가 없는데 어제는 막 넘쳐가지고 아휴…. 옷에 똥물이 튀고 그랬어요. 너무 막혀요. 변기가.” - 청소노동자 노동조합 조건행 위원장

  “여자 분들도 힘들어 하시는 분 많죠. 많기는. 우리도 인제 아주머니들이 힘드니까 일 못하겠다, 병가 들어갔다, 저한테 그래요. 아무래도 인원이 빠져서 힘들죠. 제가 노조 대표니까 회사에 얘기도 해요. 근데 그렇게 하면 회사 측에서는 난감하죠. ‘힘들다’ 얘기 나오면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하니까. 회사도 학교 눈치를 볼 거고.” - 미환개발 노동조합 김순자 위원장

  미환개발 측과 학교 측은 화장실 대변기 칸의 휴지통이 없어져 일거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상황은 달랐다. 변기가 수시로 막혔고, 여성 화장실의 생리대 수거함에는 일반쓰레기가 꽉 찼다.

  “모두가 여자 충원을 하지않는 걸 인정했었는 데 막상 하고 나니까 이게 변기 막히는 일이 너무 많은 거예요. 일이 별로 안 줄어든 거예요. 지금. 이제 여자 노조원들이 힘들어 하기는 해요.” - ㈜미환개발 김유진 대표이사

  “여자 화장실에 생리대 수거함에 쓰레기를 막 넣고 그래가지고…. 생리대 수거함인지 모르는 거야. 뭐, 별 표시가 없으니까. 화장실 법 바뀌고 일이 더 많아진 거지” - 미환개발 노동조합 김순자 위원장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각 노동조합 위원장과 미환개발 대표이사는 무엇보다도 ‘학생 계몽’이 필요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았다. 학생의 의식이 조금이나마 개선된다면 일적인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학생들이 사소한 것만 해줘도 훨씬 수월하죠. 변을 보고, 화장지 넣고 두 번씩 물만 내려줘도 괜찮아요. 학생들이 깨끗하게 쓰고 홍보 좀 해주고 잘 썼으면 좋겠어” - 미환개발 노동조합 김순자 위원장

  “기자님 만나면 계몽 얘기를 하려고 했어요. ‘학생 계몽’. 작은 거만 도와주면 좋을텐데…. 일 하시는 분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뻘이잖아요. 생각해서 조금만 해주면 보탬이 돼요. 음식물도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분리수거도 잘해주고 담배도 휴지통에 잘만 버리면 해결될 문제라고 봐요. 조금만 도와줘요.” - ㈜미환개발 김유진 대표이사

  최저임금 인상과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본교는 더 이상의 인원 충원은 힘든 실정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나서 해결할 수는 없을까.

  “학생회 차원에서 준비하려 했다. 그리고 청소 노동자분들의 고충을 알게 돼 더욱 자극이 됐다.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 제58대 총학생회 송진태 총학생회장

  “학생 한명 한명이 실천한다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작은 행동이 그분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다면, 저부터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반 학생보다는 학생회 단체가 큰 목소리를 내면 파급력이 있다고 봅니다.” - 경영학부 재학생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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