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강간당하다 죽었다.” “그런데 아직도 범인을 못 잡은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월러비(경찰서장)?”

  세 개의 낡은 대형 광고판에 걸린 이 강렬한 문구는 7개월 전 딸을 하늘로 보낸 엄마 ‘밀드레드 헤이즈(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외침이다. 미국 미주리주의 작은 시골 마을, 한 소녀의 살인사건은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와 마을이 시끄러워지지 않기를 원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로 수사에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 결국 이 도발적인 문구는 마을의 존경받는 경찰 서장 ‘윌러비(우디 해럴슨)’과 부하 ‘딕슨(샘 록웰)’을 향한 엄마의 목소리다, 엄마 밀드레드는 다소 파격적인 방법을 통해 그들에게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한다. 영화 <쓰리 빌보드>는 이 대립과정을 그려 나감에 있어 선악의 이분법적 시각을 사용하는 대신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다각도의 시각과 포용력을 선보이며 자극적인 살인묘사는 과감하게 생략한다. 또한 여전히 인종차별이 난무하는 미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반영하며 현 미국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이를 위해 영화는 존경받는 경찰 대부분을 인종 차별주의자로 설정하여 개인의 능력을 넘어선 시스템 자체가 가지는 편협함을 묘사한다. 나아가 단순히 밀드레드의 관점에서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닌 그녀의 과격한 행동을 통해 피해를 입는 또 다른 희생자를 전면에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한다. 결국 <쓰리 빌보드>속에는 절대적으로 선한 인물도 악한 인물도 없는 셈이다. 그렇기에 미움과 죄책감에서 시작된 영화는 후반부에 접어들며 희망이라는 통일된 목소리를 내세운다. 즉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며 변화해 나가는 인물들의 각성, 약자와 소수자의 연대가 결국 인간은 사랑과 도덕성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입증한다. 제90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엄마 역의 프란시스 맥도맨드와 남우조연상의 쾌거를 거둔 딕슨 역의 샘 록웰의 폭발적인 연기력도 영화 <쓰리 빌보드>의 흡입력을 드높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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