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시작될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앞두고 대학 본부는 1단계 자체진단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여념이 없다. 1단계 진단평가로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하면 별수 없이 정원을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정원 감축은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크나큰 손실이다. 이는 대학가가 눈에 불을 켜고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몰두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러한 대학의 속사정을 알아주어야 한다. 본교를 비롯한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수입으로 학교 운영비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정원 감축뿐만 아니라 재정지원마저도 제한된다면 대학의 기본역량을 더 이상 강화할 수 없다. 따라서 평가 결과로 정원이 감축되고, 재정지원 사업이 제한되는 대학 부류의 명칭이 ‘역량강화대학’인 것은 모순이다. 대학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돈’이라는 사실은 정부도, 대학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정원 조정을 대학 시장에 맡기고 자연적인 정원 감소를 유도해야 한다. 우리는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배운다. 이를 대학 시장에 적용해보면 수요자는 학생, 공급자는 대학이 된다(수량은 대학 정원이고 가격은 등록금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수요자(학생)가 줄면, 대학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레 수량(대학 정원)과 가격(등록금)은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알 법한 정부가 강제로 정원을 감축시키고, 재정지원 사업을 제한하는 행태에 대해 우리는 “정부가 대학이 장사를 접도록 재정적으로 옭아매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말, 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대학 기본역량 진단 이후 정원 감축 모수가 줄어든 상황이다”라며 “정원 감축 규모는 약 2만 명 미만, 나머지는 충분히 시장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어느 정도는 정부가 정원 감축을 대학 시장에 맡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필자는 올해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대학 시장 원리에 근거해 보다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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