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세상만사 <1>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아직 8월, 올림픽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때다. 어딜 가든 올림픽에 대한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물론 금기사항도 있다. 축구 얘기. 일본은 축구 외에 야구도 금기다. 고교 야구팀 숫자만 봐도 우리나라가 60팀인데 반해 일본은 4000개가 넘는데도 우리가 금메달, 일본은 노메달이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호시노 감독은 올림픽 내내 지나친 자신감 섞인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만큼 이래저래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한층 심란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그들에겐 좀 미안한 말이지만, 필자는 여기에서 또 다른 해프닝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WBC 당시 이치로 선수의 ‘30년 발언’. 30년이 무색하게도 무참한 패배로 인해 국내에서는 그 입 다물란 뜻에서 ‘입치료’로 불리기까지한 사건 말이다. 그 때 이치로 선수의 발언을 받아친 김병현 선수의 말이 명언이다.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은데….”


맞다. 일본 만화, 특히 스포츠가 주제인 걸 보다 보면 왜 그네들이 자존심이 지나쳐 허세까지 부리는지를 알 법하다. 주인공은 천재다. 물론 현실에서도 재능은 중요하고, 그런 이야기 전개가 호응을 많이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기가 불편해지는 것은 ‘슬램덩크’와 ‘테니스의 왕자’의 차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둘 다 천재주인공을 내세웠지만 아직도 애장판이 나오는 슬램덩크와 다르게 열풍을 일으켰던 테니스의 왕자는 이제 그 인기가 시들해졌다. 테니스 한 번 칠 때마다 시공간이 변화하는 것을 참기 어려워선지, 한 팀 해치우고 나면 더 강한 팀이 나오는 패턴이 지루해진건지, 그냥 점점 중학생 수준이 아니게 되어가는 게 씁쓸해진건지. 어쨌든 만화가 지나치게 천재성을 강조하다가 지나치게 현실성을 간과한 건 사실이다.


최근 스포츠만화에서 같은 ‘천재’를 다루더라도 어느 정도는 현실성을 가미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느려터진 공을 던지지만 경영자의 손자라는 이유로 마운드를 지켜왔던 주인공이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야구만화 ‘크게 휘두르며’. 스포츠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도 ‘내가 시키는 대로 던져’라는 포수와 ‘제발 내게 시켜줘’라는 투수 등의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을 정도다. 만화조차도 이리 현실과 괴리된 모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고 있다는 거다. 반면 ‘만화같은 말’이나 지껄이고 있는 호시노 등의 인물들은 아직도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하니, 이분들께는 만화 추천 대신 알보칠을 입에 치덕치덕 발라 ‘입치료’를 하길 추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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