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웹 콘텐츠(Web Contents)가 발달하면서 웹 콘텐츠를 다루는 각종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웹 콘텐츠는 최근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어휘지만, 아직 명확한 개념이 정의되지 않았다. 이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웹 콘텐츠를 ‘기존 정통적 콘텐츠 소비매체와 다르게 PC나 모바일 등의 인터넷 단말을 통해 소비되는 콘텐츠’로 정의하고, 그 대표적인 예시로 △웹툰 △웹드라마 △웹소설을 들고 있다.
 

  출판 만화·소설-TV드라마에서
  웹툰·웹소설-웹드라마로

  일반적으로 웹툰의 시초는 지난 1995년 만화가 박무직이 <네오코믹> 웹진 홈페이지를 만들어 만화를 연재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본격적인 웹툰은 지난 1998년부터 2002년 사이 작가들이 개인 홈페이지에 만화를 연재한 시기에 시작됐다. 이때 연재된 만화가 <파페포포 메모리즈>, <마린블루스> 등이다. 대형 포털이 웹툰 전용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현재와 같은 웹툰 시장이 형성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웹툰 업계에 가장 먼저 발을 들인 것은 포털 ‘다음(Daum)’이다. 다음은 2003년 <만화 속 세상> 코너를 개설해 만화 연재와 더불어 출판 만화와 신문 만평 코너를 디지털화하는 등 방대한 양의 서비스를 시도했다. 이때 만화가 강풀이 <순정만화>를 연재하는 등 인터넷 출신 유명 작가를 영입해 연재를 시작하면서 지금과 비슷한 웹툰 플랫폼이 형성됐다. 이는 기존 신문 지면에서 활성화돼 있던 에피소드식 구성 대신 연재만화의 형식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편 다음 이전에 ‘야후(Yahoo)’가 만화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으나, 이는 출판 만화를 디지털화하는 데서 그쳐 웹툰으로 분류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지난 2005년 ‘네이버(Naver)’가 웹툰 플랫폼을 출범했고, 야후와 SK 등이 뒤따랐다. 최근 다양하고 차별화된 특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웹툰 플랫폼은 대부분 2010년대에 도입됐다. ‘레진코믹스(Lezhin Comics)’의 경우 ‘성숙한 독자들을 위한 프리미엄 만화 서비스’를 표방하며 지난 2013년에 출시됐다. 레진코믹스는 다음과 네이버가 쌓아온 ‘웹툰은 무료로 제공되는 콘텐츠’라는 이미지를 깨고, 처음으로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성숙한 독자들을 위한다는 슬로건에 맞게 성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권장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최근 다음과 네이버도 무료 제공을 기본으로 하되, △미리보기 △외전 보기 △완결 작품 등에 한해 유료화를 확대하고 있다.

  웹소설은 흔히 ‘인터넷 소설’로 대중에게 더 친숙한 콘텐츠다.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재되던 △팬픽 △판타지 △로맨스와 같은 장르 소설을 그 시초로 보고 있으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지난 1999년 8월부터 나우누리에 연재됐고, 영화화되기도 한 <엽기적인 그녀>가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귀여니 작가가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의 작품을 집필해 인터넷 소설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웹소설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네이버가 지난 2013년 1월 네이버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웹소설은 단어 그대로 웹상에서 서비스하는 소설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기존에 운영하던 웹툰 플랫폼과 비슷한 형식으로 웹소설 플랫폼을 제작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카카오(Kakao)’가 종합 콘텐츠몰인 ‘카카오페이지(KakaoPage)’를 출범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 △웹소설 △영화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유·무료로 서비스한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제작한 플랫폼 외에 ‘조아라’, ‘문피아’와 같은 장르 소설 전용 포털도 있다. 특히 조아라의 경우 가장 거대한 장르 소설 플랫폼으로 꼽히는데, 지난 2000년에 처음 개설된 후 매일 평균 2천 4백여 편의 새로운 작품이 업데이트 되고 있다.

  웹소설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출판물만 취급했던 출판사와 서점도 점차 웹소설 시장에 발맞추고 있다. 출판사 위즈덤 하우스는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저스툰(JusToon)’을 내놓았고, 교보문고도 웹소설 전용 플랫폼인 ‘톡소다(tocsoda)’를 출범했다. 민음사의 계열사 중 하나로,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인 황금가지도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를 베타서비스 진행 중에 있다.

  웹드라마는 국내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어휘로, 해외에서는 흔히 ‘웹 시리즈(Web Series)’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대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재생하는 스트리밍(streaming) 방식으로 방영되며, 보통 한 회에 10-15분 길이로 제작된다. 통상적으로 윤성호 감독이 지난 2010년 비메오(Vimeo)와 인디시트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국내 웹드라마의 초기작으로 꼽는다. 이 작품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어 지난 2012년 MBC 에브리원에서 방송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웹드라마 시장이 형성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당시에는 기업들이 웹드라마 시장을 선도했다. 각종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를 바꾸거나 스토리를 부여하는 등의 광고 목적으로 웹드라마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웹드라마는 초기에 유튜브(YouTube)나 SNS를 통해 공개·유통됐으나, 현재는 △네이버TV △다음 △카카오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제공되고 있다. 특히 네이버TV의 경우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등의 웹드라마를 독점 제작·공급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15년 네이버TV를 통해 공개된 웹예능 ‘신서유기’를 필두로 웹드라마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웹예능도 제작되고 있다.
 

  어떤 것들이 웹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었나…
  스마트폰·모바일 온리·스낵 컬처

  다양한 웹 콘텐츠 플랫폼이 발달한 것은 스마트폰 보급의 영향이 가장 크다. 각종 기업이 스마트폰 보편화에 발맞춰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서비스 플랫폼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난달에 발표한 ‘2017년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구 스마트폰 보유율은 94.1%에 달했으며,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은 88.5%였다. 또한 1주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15.7시간이었으며, 응답자의 91.5%가 여가활동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대중이 스마트폰과 가장 친숙한 환경을 가리켜 ‘모바일 온리(mobile only)시대’라고 지칭한다. 모바일 온리 시대는 △전자상거래 △콘텐츠 소비 △비즈니스 등 삶에 필요한 대부분의 활동을 모바일에서만 처리하는 시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의 전 회장 에릭 슈미트는 지난 2015년 “5년 전에는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였지만, 앞으로의 5년은 모바일에서만 처리하는 모바일 중심 비즈니스인 모바일 온리 시대”라고 말했다. 모바일 퍼스트는 처음으로 PC에서 스마트폰 환경으로 넘어갈 때 사용된 어휘다. 최근 모바일에서 더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지고, 스마트폰 사용 환경이 PC 사용 환경을 넘어서면서 모바일 온리 시대가 열리게 됐다.

  모바일 퍼스트·모바일 온리 시대가 발달시킨 것이 ‘스낵 컬처(Snack Culture)’다. 스낵 컬처는 지난 2007년 미국 IT잡지 <Wired>에서 처음 소개된 개념으로, 과자를 먹듯이 짧은 시간 안에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 또는 문화 소비 트렌드를 의미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Netflix) 등의 글로벌 업체가 OTT서비스(Over The Top 서비스: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스낵 컬처 확산의 계기가 됐다. 모바일로 어디에서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인터넷을 통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어디에서든 콘텐츠 소비가 가능하다는 인식은 이동 시간이나 짧은 여가 시간 내에 소비할 수 있는 흥미 위주의 가벼운 콘텐츠 수요를 만들었고, 이에 힘입어 스낵 컬처에 걸맞는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됐다.

  핵심 내용만 간추려 볼 수 있도록 간편하게 제작되는 카드뉴스, TV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주요한 부분만 잘라 업로드되는 영상 클립 등이 모두 스낵 컬처의 일종이다. 기존 디지털 콘텐츠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용 시간이 압도적으로 짧다는 지점이다. 최근 영상의 경우 10분 내외의 짧은 상영 시간을 가지고 제작되는 추세다. 또한 만화나 소설의 경우에도 에피소드당 구독 시간이 점차 줄어들어 이용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윤성호 감독의 웹드라마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포스터

  콘텐츠 진화 속도는 빠르지만 부작용 생겨,
  반면 확실한 차별점도…

  웹툰은 최근 무단 도용 불법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작품을 무단으로 복제해 게시하는 사이트의 조회수가 5만 건에서 10만 건에 달해 큰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회차나 작품도 게시돼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불법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사이트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법률상의 심의 절차가 필요하다. 사이트 차단을 위해서는 저작권을 침해 당한 당사자가 전체 게시물 중 약 70% 이상이 불법 게시물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매우 복잡해 신고부터 최종 승인까지 약 3주의 시간이 걸려 사실상 차단이 어려운 상태다. 또한 신고 후 불법 사이트가 URL을 변경해 신고가 소용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각 플랫폼은 저작권 보호 전담반을 구성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다음 △카카오의 경우 디지털 저작권 보호 시스템(DRM)을 도입해 스크린 캡쳐 방지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웹드라마의 경우에는 명확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린 제작사 박관수 대표는 “콘텐츠에 묶인 동영상 광고가 있긴 하지만, 이는 재생 1회당 1원의 수익만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웹드라마가 의존하고 있는 주요 수익은 PPL(간접광고)등을 통한 협찬이다. 또한 웹드라마의 경우 최근 서비스하기 시작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시청자 확보를 위해 아이돌을 섭외해 그 팬덤에 수요를 기대고 있다. 서비스한 지 오래돼 안정적으로 정상 궤도에 오른 웹툰의 경우 시장의 규모가 커 수요자를 고려할 필요가 없지만, 웹드라마는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

  웹소설과 웹툰 플랫폼의 작가 부당 대우와 수익 구조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이야기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계약된 작품들의 평균 고료는 △10만 원 미만: 13.9% △10만~백만 원 미만: 23% △백만~3백만 원 미만: 20.4% △3백~1천만 원 미만: 21.8% △1천만 원~5천만 원 미만: 15.3% △5천만 원~1억 원 미만: 3.4% △1억 원 이상: 2.1%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천만 원 미만인 경우가 79.1%로 응답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야기의 유통 및 거래 단계에서 어려움 중 가장 큰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5점 만점) △낮은 고료: 4.2점 △부가판권 등 제작사에 유리한 일방적 계약: 4.0점 △법률적 문제 대응의 어려움: 3.9점 △거래 이후 제작 일정의 연기 및 취소: 3.8점 등으로 나타나 낮은 고료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웹툰의 경우에는 지난 1월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작가들이 1인 시위를 감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레진코믹스가 부당 대우에 문제를 제기한 작가들의 작품을 프로모션 등의 작품 노출에서 제외하기 위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논란 때문이다. 레진코믹스는 지난해 지각비(지체상금) 논란이 일기도 했던 플랫폼이다. 지각비는 웹툰 작가가 마감 이틀 전 오후 3시까지 원고를 내지 않을 경우 월 수익의 최대 9%까지 회사가 가져가는 계약 조항이다. 이에 한국웹툰작가협회는 “이미 원고료 협상과 재계약에서 성실도를 평가받고 협상하는 작가의 입장에서 매달 지불하는 지각비는 업체의 이중규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지각비가 계약서에 명시돼있지 않은 작가에게도 임의로 지각비를 차감한 사례가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한 작품과 관련된 프로모션이나 광고를 진행할 때 작가들에게 미리 공지를 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기존 콘텐츠와 비교해 웹 콘텐츠만이 가지는 장점도 있다. 우선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출판 소설과 출판 만화의 경우 그 문화를 좋아하는 특정 집단만 향유하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줄자 점차 시장도 수축됐고, 창작자 또한 갈 길을 잃거나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웹 콘텐츠가 활성화되면서 출판 업계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이 웹 플랫폼으로 넘어와 활발히 활동하며 지평을 넓히고 있다. 또한 창작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돼 있다는 과거 인식에서 벗어나 많은 플랫폼이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있어 다양한 사람이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기존 디지털 콘텐츠의 주제가 한정적이라는 단점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OSMU(One Source Multi Use: 한 가지 자원을 토대로 다양한 사용처를 개발해내는 것)의 길도 열리고 있는 추세다. 카카오페이지의 경우 소설을 기반으로 한 웹툰 ‘노블코믹스’를 다수 제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를 다시 영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작업해 다양한 성장을 꾀하는 중이다. 이미 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이 웹소설과 웹툰을 기반으로 탄생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신과 함께’, 드라마가 종영한 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치즈인더트랩’ 등은 모두 웹툰이 원작이다.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역시 웹소설에 기반해 제작됐다. 또한 네이버 웹툰은 웹툰 스토리를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등의 시도도 하고 있어 앞으로 웹 콘텐츠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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