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원성을 사는 근본 이유는 인민공화국을 참칭한 세습왕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벌집단이 지탄을 받는 주된 이유는 합법을 가장한 부도덕한 부의 대물림 때문이다. 일부 대형 교회의 목회세습에 여론의 질책이 빗발치는 까닭은 정치권력의 봉건적 세습과 부정 축재의 부정한 상속, 이 양자의 종교적 재생산이기 때문이다.

  재산 상속과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못하는 짓이 없는게 재벌의 생리다. “조폭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조직이다. 재벌 앞에만 서면 입법, 사법, 언론 등 공적 시스템은 한없이 작아진다. 담당 임원의 맞춤형 관리에 푹 절어 있기 때문이다. 북이 (시대에 뒤떨어진) 불량국가라면 남은 (겉은 멀쩡해보여도 속은 다 썩은) 바나나공화국이다.

  교회, 규모가 클수록 물이 좋다. 대기업 임원이거나 고급공무원이거나 ‘사’자 돌림이거나, 하다 못해 부동산 졸부거나, 이른바 주류들의 출석은 기본이다. 목사들도 하나같이 연예인 같다. 세련 그 자체다. 반질반질 윤이 난다. 나도 덩달아 신분 상승한 것 같고 부자가 된 느낌이다. 심리적 안도감을 얻는다. 그야말로 은혜충만이다. 담임목사는 유치원, 출판사 등속의 계열사를 거느린 CEO다. 신앙공동체의 탈을 쓴 기업형 이익집단이다. 승진, 취업, 이권청탁이 원스톱으로 성사된다. 환상적이다. 천국이 따로 없다. “주여,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여기에 초막을 짓고”. 내가 베드로다. 세습이라니,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다. 촘촘한 이해관계의 네트워크가 단절되지 않도록 고맙게도 목사님 부자가 대를 이어 희생하시는 것일 뿐이다. 이구동성이다. “아들 목사님이 설교 하나는 잘하셔. 우리 성도들은 매주, 말씀에 은혜받아. (그러니 밖에서 왈가왈부하지들 마셔!)” 종교적 불륜이다. 목사 부자와 교인들이 서로의 욕망 충족(기득권 유지)을 위해 백주 대낮에 저지른.

  골목상권이 죽어간다. 상가에 세든 교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 동네 교회에 가면 부엌의 숟가락 개수까지 다 드러나 사생활 보호가 안 된다. 지지리 궁상을 떠는 교인들을 보면 나까지 하향 평준화되는 것 같아 울적해진다. 대형마트 쇼핑 가듯 물 좋은 대형교회를 찾을 수밖에. 믿음도 양극화된 지 오래다. 종교 역시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욕망의 배설 메커니즘, 소비재로 전락했다. 교회세습은 종교 소비의 사생아다.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지만 누가 뭐래도 반‧그리스도적 범죄다. 하느님의 법정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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