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 오는 4월과 5월 이뤄질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과 추측이 난무한다. 바라는 바가 절실하면 흔히 낙관론에 빠지기 쉽지만 아무리 철저히 따지고 다짐해도 지나침은 없다.

  평양에서 돌아온 대북 특사단이 방북 결과 6개항을 밝혔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의 비핵화다. 비핵화에 관해 김정은이 한 말은 새로운 게 없는데 비핵화에 관한 김정은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한다. ‘비핵화는 유훈’이라는 말은 대대로 반복해온 기만에 불과한 말장난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한 북 제재완화는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로 대북제재와 남북교류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동안 북한은 약속과 약속 파기를 수없이 거듭했다. 1991년 12월 남북한은 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 당시 북한은 핵개발 전이었고 주한 미군은 전술핵무기를 갖고 있었다. 김일성은 전술핵무기를 철수시킬 의도로 공동선언에 동의한 것이다. ‘비핵화는 유훈’이라는 말은 여기에 연유한다.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는 철수했지만 북한은 핵 개발에 매달렸고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1994년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과 북한은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를 체결, 주요골자는 미국은 북한에 경수로·중유 제공, 북한은 핵 시설 동결·NPT 복귀·IAEA의 특별사찰 수용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일방적으로 핵 동결해제 선언에 이어 NPT 탈퇴를 발표했다. 북 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남북한과 미·중·일·러 참여)이 출범, 2005년 ‘9.19 공동성명’을 통해 참가국들은 북한에 에너지 등을 제공하고 북한은 모든 핵무기 파기·NPT 복귀 등을 약속했다. 이 약속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함으로써 깨졌다.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 베이징에서 미국과 북한 간에 ‘2.29 합의’를 체결했으나 이 합의도 북한의 장거리 로켓 실험으로 무산됐다. 북한은 이와 같이 합의와 합의 파기를 거듭하며 6차 핵실험(2017.9.3)까지 하게 된 것이다.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밝히고 있다. 이번에는 핵을 포기할까? 한 번 속는 것은 속이는 쪽의 잘못이지만 계속 속는 것은 속는 쪽의 잘못이다. 미국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의 ‘핵 담판’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트럼프는 “북한이 핵 폐기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지만 회담을 준비하는 백악관은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구체적 조치가 없으면 김정은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회담에 임하는 미국은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우리는 철저한가. 북한이 무슨 약속을 하건 그 약속이행을 확인하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북한의 시간벌기를 돕는 그런 잘못을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비핵화 열쇠는 한·미동맹과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 유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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