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수) 바이올리니스트 해나리 씨가 문화채플을 진행하던 중 단상 위로 올라온 학생군사교육단(ROTC) 학생에게 “Are you ‘군바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군바리’는 군인을 낮춰 부르는 말로 정의돼있다. 외국에서 오랜 기간을 보낸 해나리 씨에게 군바리라는 단어는 비하의 목적이 없는 단순한 농담이었을지 모르나, 이를 들은 일부 재학생들은 “무례한 발언이다”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군바리, 그 유래도 분명하지 않은 단어는 어떻게 우리 속에서 비하의 의도로 쓰인 것일까.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장소원 교수는 이에 대해 “군사정권 등 역사적으로 군대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 인해, 군인을 얕잡아 부르는 군바리라는 표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항간에서는 남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일본어 ‘시타바라(したばら)’의 변형인 ‘시다바리’와 ‘군인’을 합성한 말로 분석하거나 다리가 짧은 애완견 ‘발바리’와 ‘군인’을 결합한 단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 단어의 유래가 무엇이든 간에, 군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군바리’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시대적 상황에 의해 희생되는 군인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아님은 분명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군인에 대한 비하 표현은 ‘군바리’외에도 다양하다. 군인을 ‘집 지키는 개’로 표현하거나, 군인의 군번줄을 ‘개목줄’로 부르기도 한다. 2010년엔 EBS 강사가 군인에 대해 ‘그런 곳에서 살인을 배워오면서 뭘 잘했다는 것이냐’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돼 강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도 있었다.

  군인은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평생을 국가에 헌신하거나, 청춘을 군대에서 보내는 사람들이다.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이 나라에서 우리는 수많은 군인들이 우리 곁을 떠나는 것도 지켜보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희생하는 그들에게 ‘군바리’라는 단어는 너무 가혹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우리 사회는 그저 짖궂은 농담 정도로 사용해 왔던 ‘병신’, ‘김치녀’ 등 약자에 대한 비하·혐오를 지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군바리’라는 용어는 그 비하의 대상이 소수자나 약자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인격을 훼손시키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비하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을 웃음거리로 소비해선 안 된다. 또한 우리 사회에 자연스레 녹아든 비하와 혐오 표현에 좀 더 예민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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