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편안하게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보는 이를 치유의 길로 이끈다. 별다른 갈등도, 사건도 없지만 103분의 러닝타임은 삶에 지친 모두를 응원하기에 충분하다. 일본의 만화작인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일본에서 <리틀 포레스트: 겨울 과 봄>,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두 편으로 개봉된 적이 있다. 제목과 캐릭터에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국내에 리메이크가 된 만큼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역시 원작과 색채를 같이 한다. 물론 영화가 한 편으로 압축되며 인물 간의 관계에 포커스를 두었기에 원작보다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한마디로 한 청춘의 성장이자 휴식이다. 임용고시에 떨어진 ‘혜원(김태리)’이 지친 몸을 이끌고 도망치듯 돌아온 고 향은 혜원을 따듯하게 품어준다. 혜원이 시골에서 보내며 바라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계절 그대로의 생동감과 싱그러움을 담고 있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편해진다. 영화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음식들 역시 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다. 밥을 거르는 것이 다반사가 된 현대인의 일상에서 혜원이 만들고 먹는 소박한 시골밥상은 대리만족을 이끌어내기까지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속 요리는 단절된 관계의 회복을 뜻하기에 더 따스한 울림을 준다. 혜원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만들어 내는 요리들은 혜원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혜원을 두고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떠난 ‘엄마(문소리)’의 마음도, 친한 친구였던 ‘은숙(진기주)’과의 서먹해지는 관계를 풀어낼 답으로 작용한다. 이렇듯 영화는 잔잔 하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만의 색깔과 의미를 분명히 담고 있다. 혜원의 시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사계절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덧 영화는 막바지에 다다라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하나의 정답을 내려주지 못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삶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임순례 감독이 내미는 따듯한 손길은 각박한 현실에 위로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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