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빈민촌, 현실에서 루저로 불리는 10대 소년 ‘웨이드’(타이 쉐리던 분)는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엄청난 능력자로 통한다. 그의 목표는 가상현실 게임 개발자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 분)가 설계한 ‘오아시스 이스터에그 사냥’ 게임에서 우승하는 것. 이를 통해 영웅이자 부자가 되는 것이야말로 그가 꿈꿔온 세계의 전부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주인공 ‘웨이드’가 가상현실 속 캐릭터 ‘파시발’을 통해 엄청난 게임 미션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가상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1980년대 8비트 비디오게임 콘솔부터 현시대의 VR 기술을 총망라한다. 특히 ‘웨이드’가 VR 고글을 착용하면 만나게 되는 오아시스 속의 세계는 빈민촌의 현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에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처럼 화려하고 풍성한 시각적 효과를 선보인다.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참여한 인원이 천여 명을 넘어서는 만큼 영화 속 ‘가상현실’ 세계는 완벽에 가깝다.

 

  나아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20세기 대중문화를 대표했던 다양한 레퍼런스가 영화 곳곳에 녹아있다. 고(故)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샤이닝>의 오마주를 필두로 <쥬라기 공원>의 티렉스, <스피드 레이서>의 마하5, <킹콩>의 킹콩등 스필버그의 손길이 닿았던 흥행작들의 캐릭터를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렇듯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대중문화의 아이콘과의 접목을 통해 단순한 플롯을 변주하는 데 성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웨이드’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구세력을 몰아내는 과정 속에는 기성세대와의 갈등 해소의 메시지가 분명히 담겨 있다. 더불어 모두 함께 사는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서라면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하위문화도 언제든지 주류에 속할 수 있기 마련이다. 결국 영화는 가상현실과 현실을 구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풍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