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이성애자 연애 문화를 중심으로 작성됐다.

  지난 호(본지 1205호 참조)에서는 ‘연애담: 데이트와 섹스’라는 이름으로 △데이트 비용 △데이트 폭력 △성교육 부재 등에 대해서 다뤘다. 이어 이번 호에서는 연애 상대를 찾기 위해 밤거리를 헤매는 청년들을 조명했다. 흔히 ‘밤문화’라고 불리기도 하는, 보다 쉽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칵테일 바(Bar) △헌팅 주점 △클럽을 직접 본지에서 찾아가 보고 그 모습을 담았다.
 

투비라운지 바 내부
  가벼운 대화로 시작하기,
  투비라운지 바
 
  홍대입구의 밤거리는 떠들썩했다. 평일이었음에도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출구로 향하고 있었다. 출구로 나와 목적지를 찾기 위해 헤맨 골목 사이에도 많은 사람들이 주점이나 클럽 앞에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었다. 간판을 확인하면서 한 건물로 들어가 5층으로 올라갔다. 유리문 너머로 들여다본 투비라운지  바는 어두컴컴했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바(Bar)자리’라고 불리는 높고 긴 테이블이었다. 테이블 앞에는 높은 테이블과 맞는 높은 의자가 놓여 있었고, 테이블 안쪽 벽면은 술 진열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고객들은 대부분 함께 간 일행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경우에는 테이블 자리를 선택하고, 바텐더 또는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경우에는 바 자리를 선택한다. 바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다트 판이 보였다. 다트를 던지며 처음 보는 사람과 말문을 트고, 술이나 안주값 내기 게임도 하는 모양이었다.
 
  먼저 말을 건 것은 테이블 너머에서 칵테일을 주조하고 있던 바텐더였다. 바텐더는 “어디에서 왔냐”라거나 “옷이 예쁘다”라는 등의 평범한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데 능숙해 보이는 태도였다.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다른 바텐더, 그리고 옆자리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던 A씨가 대화에 합류했다. 이 바의 단골이라고 밝힌 A씨는 보관해둔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
 
  A씨는 11년간 중국에서 거주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A씨와의 대화는 처음 나이를 묻고 이름을 묻는 등 가벼운 대화로 시작됐으나, 금세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특정 이슈에 대한 생각 등 사적인 대화로 흘러갔다. 일반적인 주점은 시끄럽게 떠들고 즐겁게 논다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어둡고 조용한 바의 경우 대화를 나누기에 더 용이한 공간이었다.
 
  바에서는 바텐더가 “아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늠하기 힘든 손님들도 있지만, 모든 손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처음 보는 사람끼리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A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바텐더에게 칵테일 바에서 시작되는 연애에 대해서 물었다. 바텐더는 “바에서 친해진 사람들이 종종 사귀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라고 대답했다. 또한 “칵테일 바는 초면에도 사적인 대화를 하기에 용이한 분위기다 보니 그런 것 같다”라며 “술기운도 오르고, 낮은 조명도 한 몫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술과 가볍게 시작하는 대화로 연애의 싹을 틔우는 곳도 있었다.
 
썸ING 포차 내 성별을 나타내는 등
  “술 한 잔만 주세요”
  썸ING 포차
 
  다음으로 향한 곳은 같은 홍대 거리에 있는 ‘썸ing’ 포차였다.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기 전의 미묘한 관계를 뜻하는 ‘썸’에서 따온 상호명답게 이 포차는 ‘헌팅(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대쉬한다는 뜻)주점’으로 분류된다.
 
  오후 11시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포차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계단이 있는 복도에는 ‘헌팅 10,000% 즐기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헌팅 방법이 안내돼 있었다. 안내문에는 △태블릿 PC를 이용한 헌팅 방법 △다트 게임이 구비돼 있는 플레이룸을 이용한 헌팅 방법 △‘크레이지 댄싱타임(무작위한 순간 장내가 밝아지며 클럽 음악이 나오는 포차 특유의 시스템)’을 이용한 헌팅 방법이 안내돼 있었다.
 
  계단을 통해 주점 입구로 완전히 올라오면 장내로 들어갈 수 있는 유리문과 미리 주문을 하는 기계가 놓여 있다. 그 앞에는 기다리는 고객들을 위한 의자가 놓여 있는데, 의자에는 ‘썸녀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상호에 걸맞게 남성은 ‘썸남’, 여성은 ‘썸녀’로 불리고 있었다. 마치 이 공간에 들어와 있는 모든 사람이 잠재적인 연애 상대라는 뜻 같았다. 아직 술집으로 채 들어가지 않았지만, 대기 공간에서부터 합석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대기 중인 남성들이 앉아 있는 여성들에게 인원수를 물었고, 들어가서 함께 마시자고 제안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문을 마친 후 술집 안으로 들어서면 어둠 속에서 한 테이블로 안내 받게 된다. 테이블에 착석한 고객이 여성일 경우에는 천장에 분홍색 등이, 남성일 경우 파란색 등이 들어온다. 앞에 앉은 일행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합석 상대를 찾는 첫 번째 방법은 등의 색깔이다.
 
  테이블 옆에는 태블릿 PC가 붙어 있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원하는 노래를 신청할 수도 있고,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거나 각종 요청사항을 직원에게 전달할 수 있으나 단연 가장 인기 있는 기능은 다른 테이블과의 소통 기능이다. 마음에 드는 테이블을 발견한 사람들은 쪽지를 보낼 수도 있고, 다른 테이블과 술이나 안주 계산을 걸고 게임도 할 수 있다. 직접 가서 대화를 걸지 않고도 쉽게 합석을 시도할 수 있고, 거절도 한결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어 효율적인 방법이다.
 
  헌팅 주점답게 가장 보편적인 헌팅 방법은 직접 다른 테이블에 가서 대화를 거는 방법이다. 헌팅은 대부분 남성 쪽에서 이루어지고, 여성은 기다렸다가 승낙하거나 거절하는 것이 관행이다. 남성들은 자신의 테이블과 인원수가 맞거나 마음에 드는 테이블을 발견하면 잔 하나를 들고 가서 “술 한 잔 주세요”라거나 “같이 술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라며 대화를 튼다. 포차에 머무르는 한 시간여 동안 테이블에 와서 말을 건 남성은 네 명이었다.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면 “어느 테이블에 한 번 가보자”라거나 “어느 테이블이 가장 예쁜 것 같다”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허리를 틀고 앉아 다른 테이블을 ‘스캔’하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헌팅에 성공할 경우 두 일행은 각자 테이블의 계산을 마치고, 다른 테이블을 배정받아 합석하게 된다. 합석에 성공할 경우 본래 성별을 드러내기 위해 켜져 있던 천장 등에 노란 불이 들어온다.
 
  합석을 시도하기 위해 다가와 함께 술을 마신 B씨는 “이러한 분위기의 헌팅 주점에 자주 와 봤다”라며 “여기서 만난 여성이랑 아직 연락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헌팅 주점에서 만나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다른 공간에서 시작되는 연애보다 가벼운 느낌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주어져 좋은 것 같다”라며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또한 자신의 친구들 중에 헌팅 주점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경우가 있다고 밝히며 “친구들을 보며 헌팅 주점에 올 때마다 약간의 기대감을 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클럽 ‘옥타곤’ 내부. 카메라 반입이 금지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을 사용했다.
  꺼지지 않는 불빛,
  클럽 옥타곤
 
  보통 술집들은 새벽에 영업을 종료하지만, 클럽의 불은 늦은 새벽까지 꺼지지 않는다. 강남에 위치한 클럽 ‘옥타곤’ 앞의 줄은 아직 그다지 늦은 시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길게 늘어져 있었다. 성인인증을 하는 절차 중 하나인 ‘싸이패스(지문을 통해 신분증의 위조 여부를 확인하는 기계)’를 통과하면 팔찌를 감아주는데, 팔찌의 색은 입장료별로 달라진다. 헌팅 주점들과는 달리 클럽에는 ‘입뺀(입장뺀찌의 준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외모와 옷차림 등이 클럽의 분위기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입장이 거절 당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클럽’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으로 ‘여자클럽의상’, ‘남자 클럽 복장’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고객들이 복장에 신경을 기울인다. 남성의 경우 특별한 복장 기준이 없으나, 여성의 경우 선정적인 느낌의 착장을 선호한다.
 
  조금 이른 시간에 클럽에 입장하면 ‘입뺀’은 덜하지만, 보이지 않는 ‘감옥’이 있어 신중하게 입장해야 한다. 감옥은 장 내를 채우기 위해 입구를 지키며 고객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행위를 저지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주말의 클럽은 찾는 고객들이 많아 비교적 빨리 감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지만, 평일에는 새벽 4시까지도 감옥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클럽 내부는 △테이블이 주로 모여 있는 곳 △힙존 △스테이지로 나누어져 있다. 클럽에 들어서게 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테이블들과 술을 파는 바(bar)다. 그 옆에는 힙합 음악이 주로 나오는 힙존이 자리 잡고 있으며,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내려가면 디제이가 디제잉하는 곳인 스테이지가 있다. 같이 술을 마시는 등 ‘헌팅’이 이루어지는 곳은 주로 테이블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클럽에서는 꼭 술을 마시기 위한 테이블을 잡지 않아도 되고, 대다수가 테이블을 잡지 않고 클럽에 입장한다. 테이블을 잡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인데, 여성들은 주로 테이블을 잡은 남성들이 권하는 술을 마시기 때문에 ‘여자는 클럽에서 술을 사 먹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몇몇 남성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이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여성들을 자신의 테이블로 데려가기 위함이다. 헌팅 주점과는 다르게 클럽은 같이 술을 마시자는 등의 멘트가 많지 않은데, 이는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손목을 잡아 테이블로 여성을 끌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힙존이나 스테이지의 경우에는 대화보다는 육체적인 의미의 헌팅이 이루어진다.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뒷사람이 몸을 더듬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관련 범죄에 대해서도 꾸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클럽을 찾은 C씨는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 부담된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손목을 놓아주지 않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C 씨는 “이러한 행위는 엄연히 폭력인데도 관련 규제는 전혀 존재하지 않고, 클럽은 당연히 이런 종류의 폭력이 용인되는 공간이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함께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던 남성이 같이 놀자는 의사를 비치면 테이블로 가는 과정이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약물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어 여성들 사이에서는 클럽에서 술을 받아 마시면 안 된다는 분위기 또한 확산되고 있다. 흔히 ‘물뽕’이라고 불리는 ‘데이트 강간 약물’을 섞는 범죄 행위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5일(월) 강남 경찰서에 따르면 강남에서 이루어지는 성범죄 사건 중 20%는 클럽과 관련돼 있고, ‘클럽 성범죄’라는 어휘도 언론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C씨와 같은 일행인 D씨는 “클럽에 와서 다양한 남성을 만나봤다”라며 “노골적으로 여성을 만나러 온 것이 티가 나는 사람들에게는 연락처를 주지 않지만, 괜찮은 사람 또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연락처를 교환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춤을 추는 게 좋고, 신나는 분위기가 좋아 클럽을 자주 찾지만 술을 마셨고 유흥을 즐기는 공간이라는 이유로 용인되는 부적절한 행위들은 확실하게 규제돼야 한다”라며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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