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입구역의 이름 옆에 살피재라는 이름이 함께 표기돼 있다.
숭실대입구역의 이름 옆에 살피재라는 이름이 함께 표기돼 있다.

 사람이나 사물 등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이름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저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 대표 시인 중 하나인 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고 그 이름을 부를 때, 사물은 비로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주변의 수많은 이름은 일일이 신경을 기울이기 어렵지만 각자 그 의미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본교 주변의 지명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본교생이라면 한 번쯤은 ‘살피재’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본교 인근에 위치한 ‘숭실대입구역’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하지만 살피재를 듣고 그렇게 이름 붙인 이유를 바로 알아내긴 어렵다. 올해 입학한 김나영(정치외교·18) 씨는 “살피재라는 이름을 여러 번 들어본 바 있지만 이에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라고 말했다. 살피재란 이름은 옛날에 이곳은 숲이 울창한 지역이었기에 도둑이나 강도가 많이 출몰해 이 고개를 넘을 때 사람들이 “살펴서 가라”라고 충고했다는 이유로 붙여졌다고 한다.

  이어 본교 제2기숙사(에벤에셀하우스) 근처에 위치한 ‘장승배기’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명명됐다. 원래 장승배기란 낱말의 뜻은 장승이 서있던 자리라는 의미다. 그러나 장승배기의 지명은 사도세자가 죽은 뒤 정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어졌다. 정조는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잊지 못해 화산(현재의 수원)에 있는 아버지의 묘소인 현륭원으로 참배하러 가다가 현재의 장승배기에서 휴식을 취했다. 당시 정조는 “이곳에 장승을 만들어 세워라. 하나는 장사 모양을 한 남자 장승을 세워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라 이름을 붙이고, 또하나는 여자 장승을 세워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으로 하여라.”라고 명령했다. 그러한 어명으로 정조가 휴식하던 장소에는 곧 두 개의 장승이 세워졌다. 그때부터 장승배기란 지명이 붙게 됐고 정조는 사도세자의 묘소를 찾아갈 때마다 장승배기에서 수레를 멈추고 쉬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지명은 역사적 근거와 함께한다. 지명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쉽게 지나쳤던 주변의 이름들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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