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의 0.2% 정도에 그치는 정도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유대인으로 분류되는 인구수는 이스라엘의 인구수 830만에 세계 각지에 분산되어 있는 이들까지 더하면 1,5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유대인은 지구상의 70억 이상의 인구 중 그다지 많은 수를 차지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며 다방면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과학 분야에서는 아인슈타인, 프리츠 하버, 슈뢰딩거. 예술 분야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찰리 채플린, 레너드 번스타인, 조지 거슈윈.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40년간 유대인에서 유대인으로 대물림하다시피 했으며, 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이름은 들어보았을 골드만삭스나 JP모건 같은 대형금융사들도 유대인이 세운 회사다. 유대인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22%, 아이비리그 출신자 중 23%, 미국 억만장자 중 40%를 차지한다. 자기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길 꺼려하는 이들의 존재까지 감안하면 앞서 언급한 퍼센티지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유대민족은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수 이후 팔레스타인 재정착과 외세침입으로 인한 이주를 반복해왔고,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 전까지 나라 없이 세계를 떠돌아야만 했다.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결코 안정적인 조건과 환경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음에도 오늘날 유대민족이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학자들은 이에 대한 답으로 유대인의 전통적 학습방법이 유대민족의 힘이 되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유대인의 전통적 학습방법은 ‘하브루타(Havruta)’라 하는데, 하브루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자면 2명이 짝을 지어 토론과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게 하는 학습법이다. 이때 서로 짝지은 2명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아니라 학문의 동반자 관계이며, 토론에 있어 자신의 나이나 성별, 사회적 계급이나 지위에 구애받지 않는다. 하브루타는 나의 생각을 펼쳐가는 데 있어 방해가 될 수 있는 외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설령 상대가 나보다 학식이 깊고 나이가 많다 해도 동등한 자격으로 토론 그 자체에 임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하브루타를 통해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와 토론하며 정신의 상호작용을 이어가다보면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음은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상태에 대해 점검해 볼 수 있어 기억력이 향상되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유대인들은 본래 자신들의 경전인 토라와 탈무드를 공부하는 방법인 하브루타의 아이디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여 자신들만의 교육법으로 체계화시켰다. 누구나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한다는 하브루타의 대원칙은 가정이나 학교는 물론 군대 조직에서도 지켜진다고 한다. 질문을 통해서 사고의 폭을 넓히고 토론을 통해 그 깊이를 더하는 학습법,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답을 찾도록 유도하는 학습법, 혼자 우물을 파고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열린 바다로 나아가게 만드는 학습법 하브루타. 최고의 조건을 가지지 못한 유대민족이 최고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교육에 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한 열린 교육을 추구한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은 아직도 지식의 전수를 위한 일방관계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유대인의 학습법 하브루타를 참고하여 앞으로 추구해야할 것이 노벨상의 개수일까? 아니면 노벨상 수상자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일까? 답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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