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토) ‘히트 앤드 런 방지법’ 제정 청원에 약 21만 7천여 명의 시민들이 서명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은 덴마크에서 시행되고 있는 법안으로, 비양육자가 양육자에게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보내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또한 양육비 지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양육비를 대지급하고 비양육자의 소득에서 양육비를 원천징수(소득 또는 수입금을 지급할 때 이를 지급하는 측에서 지급받는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을 미리 떼어서 대신 내는 제도)한다. 국내에서 이 법안은 ‘양육비 대지급제도’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미혼모는 2만 3천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미혼모의 경우 정상적인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등의 경우가 있어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비교해 지난 201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미혼모의 양육 및 자립실태 조사(양육 미혼모 7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8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에 기반)’에 따르면 친부로부터 양육비 지원을 받는 미혼모는 전체 응답자의 4.7%에 불과했다. 심지어 친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양육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미혼모가 친부를 찾아내 법원에서 아이와의 친자관계를 확인받아야 한다. 그러나 미혼모가 친부의 주민등록번호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과거 전화번호나 주소지로 신원조회가 불가능하다. 또한 친부가 아이를 자식으로 인지하는 순간 친부의 친권과 양육권이 자동으로 회복되기 때문에 양육비 소송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여성가족부 산하 기구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 양육비 협회를 주선하고 소송과 추심을 돕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관리원)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행관리원은 양육비를 받아낼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어 양육비 지급이 합의된 이후에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육비 이행 의무가 확정된 사건 중 실제 이행된 비율은 △2015년: 21.2% △2016년: 29.5% △2017년: 32.0%에 불과했다. 이처럼 정부가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까닭은 미혼모들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혼모의 양육 및 자립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모의 46%는 부채를 안고 있으며, 월평균 총소득은 78만 5천 원에 그쳤다. 또한 지난 2014년 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양육 미혼모 모자가정 건강지원사업 건강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월 일정한 수입이 있는 미혼모는 전체 응답자 96명 중 78.1%인 75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중 84%인 63명은 매월 100만 원 미만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당해 2인 가구 최저생계비(102만 7,417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입이다.

  양육비 대지급제는 지금껏 제시된 지원책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로 주목받고 있으나, 처음 발의된 법안은 아니다. 제17대 국회에서 이미 발의된 바 있으며, 재정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폐기됐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으나, 지난해 11월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대지급제 제도를 노력하고 있지만 타 부처와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다”라며 사실상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다른 국가에서는 운전면허 취소, 여권 발급 중지 등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강제 수단을 사용해 비양육자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라며 “실질적 양육비 이행이 이뤄지도록 고민하고 타 부처와 필요한 사항은 조율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말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오는 10월부터 한시적 양육비 지원 기간이 최대 9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된다. 또한 한시적 양육비 지원이 이뤄진 경우 비양육자의 동의 없이 소득과 재산을 조회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앞으로 양육비 채무 불이행 시 제재를 강화하고, 면접교섭 서비스 제도화를 추진하는 등 양육비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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