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 고준희양 학대 사망사건을 접한 온 국민은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준희 양의 친부와 동거녀는 차마 언어로 형용키 어려운 정도로 아이를 학대하였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법적 개입이 시작된 2001년부터 아동학대사례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였는데, 2001년 2,105건에 불과하던 아동학대사례가 2016년에는 18,700건으로 약 9배나 증가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학대 피해아동과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지난 10여 년간 아동학대 신고와 조기발견, 그리고 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강화에 나름 차별적인 노력을 해왔고, 이를 위해 정부와 중앙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보여준 리더쉽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학대 피해아동들이 적절한 환경에서 학대후유증을 회복하고, 다시 원가정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예”라고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동학대를 전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조사의 기능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지난 4년 간 아동학대 신고가 2배 이상 증가하는 동안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18% 증설에 그쳤다. 충분한 서비스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이상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신고와 조사에 대한 대응만 으로 양어깨가 무겁고 지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 ‘사법적 접근’이 강조되면서, 학대 피해아동이나 가정에 대한 전문서비스에 대한 확대 논의가 배제되는 현상이 우려스럽다. 

  아동학대는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실천이나 이미 발생한 이후에는 학대가 재발되지 않도록 관리, 지원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대 피해아동과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을 전담하는 인프라를 더 충분히 구축하고, 전문가를 배치하여 집중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부의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의지를 지지하면서 이번만큼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근본적이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인프라 확대와 학대 이후 전문서비스에 대한 대책이 빠진 채 학대업무의 주체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학대예방과 재발의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이번 정부의 고민이 아동학대 신고와 조사판정에 집중되어 있는 대책으로 끝날 게 아니라, 학대 피해아동들과 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인 보완책들로 나타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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