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대화에는 통역이 필요하다는 어느 책 제목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이성의 말 속에 함축된 의미와 그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기란 우리 모두에게 꽤나 어려운 일인 듯싶다. 그래서일까 한쪽은 이런 것까지 내가 알려줘야만 알아듣느냐고 답답해하고, 다른 한쪽은 왜 이렇게 말을 장황하게 에둘러 하느냐고 답답해한다. 언어학자 레이코프는 사람마다 잠재적으로 갈등의 소지가 있는 언어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데, 이성 간의 차이는 인위적으로 좁히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남자의 말은 실용적이고 직설적이며 단순한 반면, 여자의 말은 함축적이고 암시적이며 복잡하다. 물론 모든 남녀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경향성을 말하는 것이다. 

  남자의 “뭐 해?”는 문자 그대로 지금 뭐 하는지를 묻는 것이라면, 여자의 “뭐 해?”는 너의 시간을 나에게 투자하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한다. 남자의 “휴...”는 그냥 한숨이라면, 여자의 “휴...”는 내 고민 좀 들어줘 또는 내 고민 좀 해결해 줘 같은 의미라고 한다. 이 외에도 남자의 질문은 진짜 모르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하는 것이고, 여자의 질문은 자기 확신을 위해 하는 것이란다. 기억력과 관련해서도 남자는 중요한 일이 아니면 금방 잊지만, 여자는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곤 한다. 그래서일까? 남자의 빈약한 기억력은 중요한 약속이나 기념일을 잊어 여자의 실망과 분노를 사기 쉽고, 갈등과 불화를 키우는 불씨가 되어 좋은 관계를 망치기도 한다. 이렇게 남녀의 차이가 뚜렷하다 보니, 과거 인터넷에는 남자어와 여자어, 남자어 듣기평가와 여자어 듣기평가, 남자어 사전과 여자어 사전 등이 널리 공유되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남녀의 이러한 차이는 우선 생물학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 사람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이루어지는데, 좌뇌는 이성적, 논리적, 분석적 능력을 관장하고 우뇌는 추상적, 감성적, 직관적 능력을 관장한다. 남녀가 언어활동을 하는 동안 특수 MRI로 뇌를 촬영해 보니, 뇌 활동 부위에서 남녀가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활동을 할 때 남자는 좌뇌만 활성화되지만, 여자는 좌뇌와 더불어 우뇌도 같이 활성화된다. 여자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두꺼운 신경다발인 뇌량이 남자보다 오밀조밀하고 10%가량 넓어서 양쪽 뇌의 상호작용이 남자에 비해 훨씬 활발하다. 그 결과 여자는 남자보다 다양한 표현을 사용해서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전달하고, 여러 은유와 과장이 곁들여져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이 복잡하고 장황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대화의 목적에서도 남녀는 차이를 보인다. 남자의 대화 목적이 문제 해결이라면 여자의 대화 목적은 나눔과 공감이다. 즉, 남자의 말은 결과 중심적이고 해결책이 중요한 반면, 여자의 말은 과정 중심적이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어설프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조언하려는 것보다는 오히려 여자친구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같이 있으면서 위로가 되어 주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남녀의 말하는 방식과 대화 목적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이성을 이해하려면 우선 이성의 언어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먼저이다.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말하는 동안 정말 잘 들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이해와 포용을 바탕으로 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한 대화 싹을 틔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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