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성 역할 답습한다는 여론도

윤진아의 집에 찾아온 전 남자친구와 대치하는 윤진아의 남동생과 서준희<br>
윤진아의 집에 찾아온 전 남자친구와 대치하는 윤진아의 남동생과 서준희

  최근 JTBC에서 방영하는 금·토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30대 여성인 윤진아(손예진)와 4살 어린 연하 남자친구 서준희(정해인)의 비밀 연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그리고 있는 커플 형태와 달리, 이성 간의 연애에서는 남성이 연상인 경우가 가장 보편적이다. 한국 사회에는 ‘남자는 어린 여자를 만나야 한다’거나 ‘어린 남자는 철이 없어 연상의 남자가 좋다’는 사회적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17 혼인, 이혼 통계’에서 남성이 연상인 부부가 67.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도 이러한 편견이 반영된 결과다. 더불어 연상인 여성(이하 연상녀)이 연하인 남성(이하 연하남)과 연애를 하더라도 편견이나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3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56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상녀와 연애를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남성 응답자들의 20.3%가 ‘연하남을 반대하는 주변 사람들’을, 16.9%가 ‘남자는 어린 여자를 만나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을 꼽았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연상녀-연하남 커플의 단점으로 29.3%가 ‘부모와 친지의 반대’를 꼽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면 여성이 연상인 커플 형태에 대한 인식은 꾸준히 변화의 싹을 보여왔다. 통계청의 자료에서 여성이 연상인 부부는 16.9%로 조사됐는데, 이는 2007년 13%에서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인 수치로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미혼남녀 3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더는 낯설지 않은 커플 형태로 ‘연상녀-연하남 커플’을 꼽았다. 성낙일 연구원과 조동혁 연구원은 한국인구학회에서 발행한 ‘우리나라 여성연상 결혼의 경제적 요인 : 실증분석, 한국인구학’ 논문에서 “미국 언론매체에서는 여성이 연상인 결혼이 증가한 배경으로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과 함께 여성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점을 꼽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 추세에 맞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여성이 연상인 커플 형태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기존의 성 역할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성 역할은 한 개인이 속한 사회에서 성별에 따라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특징들이 일상에 반영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남성은 독립적이고 활동적이며, 여성은 예민하고 감성적이라는 편견 등을 말한다. 극중에서는 윤진아가 전 애인에게 당하는 데이트 폭력, 몰래카메라 등의 젠더 폭력(성별 차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을 일컫는 말)을 서준희가 또 다른 폭력으로 해결함으로써 ‘남성에게 보호받는 여성’이라는 성 역할을 답습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을 두고 남성들끼리 힘겨루기를 하는 가부장적 구도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장 큰 사회적 문제인 젠더 폭력을 단순한 소재로서 활용할 뿐, 그 심각성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지은 작가는 드라마가 “데이트 폭력으로 입은 진아의 내상을 보여주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번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한동안 불안 증세를 겪는데, 진아는 금세 다 잊은 것처럼 새로운 남자친구와 연애 초기의 설렘을 즐긴다”라고 덧붙였다. 김선영 TV평론가 또한 “데이트 폭력, 몰래카메라 문제에 대해서는 직장 내 성희롱만큼 사회적 접근을 하지 않는다”라며 “옛 남자친구를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끝난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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