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비장애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장애인도 있다. 두 문장은 당연한 말이지만 그 무게와 울림이 다르다. 두 문장은 다양하게 변용될 수 있다. 가령 이런 방식이다. 세상의 절반은 남성이다. 그러나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것은 이성애자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성 소수자도 있다. 미흡한 수어 통역을 제외하더라도, 대비되는 두 문장을 대하는 태도에서 방송 콘텐츠는 얼마나 윤리적일까.

  지난 3일(목)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인 송은이가 TV부문 여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26년 만에 백상예술대상에 처음 초대됐다는 송은이는 “외국 시상식을 보면 여성 코미디언 두 명이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던데, 그런 자리가 생긴다면 열심히 응원하고 시청하겠다”라며 부족한 여성 코미디언의 자리를 언급했다. 지난 3월 ‘MBC 스페셜’이 △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 4사 △tvN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요 출연자의 남녀비율을 조사한 결과 408명의 주요 출연자 중 여성은 27.6%(113명)에 불과했다. 동료 예능인 김숙의 “나 자꾸 잘려”라는 말에 “우리도 안 잘리는 일을 해보자”라고 대답한 송은이가 콘텐츠랩 ‘비보’를 설립하고, 팟캐스트를 출범한 기저에는 불평등한 환경이 깔려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울어진 것은 성비뿐만이 아니다. 많은 프로그램이 △가난 △장애 △외모 △성적지향 등을 꾸준히 웃음거리로 소비해왔다. 예능 프로그램 외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뉴스에서 여성 아나운서는 젊고 아름다운 꽃으로 소비된다. 또한 드라마에서 이성 간 키스신은 낯선 것이 아니지만 동성 간 키스신은 제재를 받았다. 이렇듯 차별적인 방송 콘텐츠는 약자와 소수자를 타자화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수어 통역방송이 처음 송출되던 때 방송사에는 “통역이 화면을 가려서 불편하다”라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장애인에게는 불편했던 방송 환경이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모두 자유롭고 평등하다’라는 데 있으나, 이는 차별적으로 적용돼왔다. 그러나 차별의 틈 속에서 스마트 수어 방송을 개발해낸 사람이 있듯이, 다양한 사회를 위한 변화는 끊임없이 생길 것이다. 외면하며 도태될 것인지, 기꺼이 함께 나아갈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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