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피의 대물림 - 영화 ‘7년의 밤’
풀리지 않는 피의 대물림 - 영화 ‘7년의 밤’
  • 김은지(문예창작 졸)
  • 승인 2018.05.14 02:16
  • 호수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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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추창민 감독
'7년의 밤' 추창민 감독

  영화 <7년의 밤>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영화다. 영화화가 결정된 이후부터 원작 팬들의 끝 없는 관심을 받아온 만큼 영화는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세령 마을’을 스크린에 구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세령 마을 속 등장하는 오영제(장동건)의 대저택, 해무가 짙은 숲, 음습하고 비밀스러운 호수는 약 10개월에 걸친 대대적인 로케이션을 통해 엄선된 공간이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미스터리한 세령 마을과 세령호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사건의 발단이 되는 교통사고를 흡입력 있게 묘사한다. 특히 교통사고를 통해 의사 ‘영제(장동건)’와 ‘현수(류승룡)’, ‘서원(고경 표)’ 부자의 7년의 악연이 시작되는 만큼 영화 속 오프닝 시퀀스가 가지는 무게감이 압도적이다. 이후 세대를 대물림하는 피의 악연은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현수도, 딸을 잃고 세대에 걸친 7년의 복수를 준비하는 영제도 선이 아닌 악인에 가까운 인물들이라 말할 수 있다. 원작과 감독의 각색 모두 이 7년 에 걸친 복수의 시작을 인간의 악한 본성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렇기에 영화 <7년의 밤>은 그간 한국 영화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입체적인 서스펜스를 느끼기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두 아버지는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오직 자신의 자식만을 생각한 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감행한다. 이처럼 영화는 부성이라는 이름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비뚤어진 애정의 끝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나아가 영화 속 피의 대물림은 오롯이 복수극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의 고통이라는 이름으로 현수의 아버지를, 현재 고통 받는 인물로 현수를, 그리고 새롭게 고통 받는 삶을 살아가야 할 인물로 현수의 아들 서원을 내세운다. 이를 통해 <7년의 밤>은 대대로 내려오는 악운에 맞서는 세대 간의 모습에도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즉 영화는 복수극에 그치는 것이 아닌 악의 이면에 접근하는 시도에도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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