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 사세보(佐世保)시에 완공된 하우스텐보스(Huis Ten Bosch, ハウステンボス)는 네덜란드의 도시 모습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테마 리조트다. 분류상으로는 테마 공원 또는 리조트지만 내 생각에는 도시를 카피한 도시다. 네덜란드 말로 ‘숲속의 집’을 뜻하는 이곳은 사람만 상주(常住)하지 않을 뿐이지 일반적인 도시가 갖추고 있는 모든 것이 있다. 물론 진짜 같은 가짜다. 그러나 진짜, 가짜를 떠나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유럽에 간 것 같은 착시(錯視)현상을 경험한다. 네덜란드가 유럽을 대표하지는 않지만, 일본의 에도시대 때 ‘난학(蘭學)’ 장려하며 네덜란드로부터 서구의 기술을 받아들였으니까 한편으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 덴마크의 빌룬드(Billund)시에 있는 레고랜드처럼 장난감스럽지 않고, 나무로 될 부분은 나무로 되어있고, 벽돌로 되어야 할 부분은 벽돌로 되어 있다. 하우스텐보스가 전 세계 어린이들의 로망인 레고랜드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사실적이라는 것에 나는 한 표를 던진다. 지난 1월 초 일본 여행 중 하우스텐보스를 ‘주(主)’로 하고 사세보시를 ‘부(副)’로 하여 여행한 것이 지금 생각하니 재미있다. 카톨릭 성당과 햄버거로 유명한 진짜 도시 사세보는 가짜 도시인 하우스텐보스를 보던 중 슬며시 끼어들어간 여정이었다.

  나는 동양(東洋)과 서양(西洋)이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동서개념으로 지역을 나누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동양’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서양’이 더 우월하고 더 선진적인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꼭 그렇다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과 같이 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쓸 때마다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많이 동양이라는 표현과 서양이라는 표현을 쓰는지를 보면 더 명쾌한 ‘대안적인’ 말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용어야 어쨌든 하우스텐보스는 동양으로서의 일본이 바라다보는 서양의 모습일 것같다. 동양이 동경(憧憬)하고 가고 싶어 하고 멋있어하는 것을 구현해 놓은 작은 집합체처럼 보인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서양과 같을 수 없다는 열등감을 극단적으로 표현해 놓은 작품처럼도 보인다. 아무리 노력해도 서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自認)하는 장소처럼 다가온다. 배우고 배워서 만들었으나 오리지널이 아닌 모방품의 한계를 드러내는 곳. 관광객, 특히 일본 관광객들은 하우스텐보스에서 힐링한다고 하는데 그 힐링이라는 것이 동양에서 서양을 이 정도로 모방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뿐이라는 느낌인 것일까. 하우스텐보스의 입구에는 여러 종류의 입장 티켓이 있었지만, ‘전략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어서 하루 동안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원데이 패스포트’를 구매했다. 배를 타고 운하를 돌아보고, 첨탑에 올라 도시의 전경을 즐기고, 각종 공연을 즐기다 보니 개장 시간에 맞추어 갔는데도 겨울의 해는 금방 져버렸다. 나를 포함한 외국인들은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해 보이고, 일본인들은 왠지 모르게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 같아 보였다. 정말 예쁘게 잘 만들어 놓은 작은 인공도시, 그러나 누군가 다시 갈 것이냐고 물어보면 미군이 주둔할 때 유명해졌다는 사세보 햄버거를 한 번 더 먹고 싶다는 생뚱맞은 답을 할 것 같다.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의 도시를 정교하게 재현해 놓은 모방도시다.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의 도시를 정교하게 재현해 놓은 모방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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