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팔지 말라는 정부, 대학가는 ‘비상’
술 팔지 말라는 정부, 대학가는 ‘비상’
  • 현재건 기자, 권미정 기자
  • 승인 2018.05.14 02:15
  • 호수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동제’라고 불리는 대학 축제는 대학 생활의 ‘꽃’이다. 매년 5월, 9월이 되면 대학교는 축제의 열기로 뜨겁다. 본교도 오는 9월에 대동제를 앞두고 있다.

  대동제는 60년대부터 여러 모습으로 변화해왔다. ‘대동(大同)’은 ‘모두 하나 되자’는 뜻으로, 이는 학생들이 ‘다함께’ 즐긴다는 의미이다. 60년대 초기 대동제는 지금의 대학 축제와는 많이 달랐다. 당시에는 △학술토론 △체육대회 △시식회 등 여러 행사들로 축제가 진행됐으며, 정치적인 성격 또한 강했다.

  대학생들의 문화가 변화하며 오늘날의 대동제는 연예인들의 공연과 주점, 부스 등으로 꾸려지곤 한다. 그중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주점’은 빠져서는 안 될 대동제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는 대학 축제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각 대학에 주류 판매를 제재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교육부, “대학 축제 주류 판매, 불법”

  지난 1일(화) 교육부는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대학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대학생들이 학교 축제 기간 동안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주점을 운영하는 등 주세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라는 내용을 서두로,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며 이에 대한 처벌을 예방하기 위해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주세법에 따르면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인하대의 한 단과대는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하다가 국세청 조사를 받고 약 90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관행적으로 허용하던 대학 축제에서의 주류 판매에 처음으로 규제를 나선 이유를 대학가 전체가 주류를 판매했음에도 인하대만 벌금을 부과했다는 형평성의 문제 때문에 정부가 급작스럽게 규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축제 앞둔 대학가, 주류 판매 금지해

  이러한 교육부의 공문에 축제를 앞둔 각 대학 총학생회는 변변한 대책이 없어 주류 판매를 금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화)부터 10일(목)까지 축제를 진행한 세종대 총학생회는 교육부의 공문에 중앙운영위원회를 소집해 1·2차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세종대 총학생회 측은 “중앙운영위원회 긴급회의와 타 대학, 대학본부와의 접촉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했지만 마땅한 방안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세종대는 축제 주점에서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

  지난 9일(수)부터 11일(금)까지 축제를 진행한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 총학생회는 대동제를 앞두고 급히 임시 확대운영위원회를 소집했다. 그러나 축제를 바로 앞두고 합법적으로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이후 ‘대동제 주점 내 주류 및 음식 판매 금지’에 대한 안건이 참석인원 43명 중 27명이 찬성해 가결됐고, 이에 따라 성균관대 축제 주점에서는 주류 및 음식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지난 8일(화)부터 11일(금)까지 축제를 진행한 경희대 국제캠퍼스도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총학생회는 “지역 축제로의 전환, 임시 주류 판매 허가증 취득 등 합법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어려웠다”며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이 없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세종대 교내 게시판에 ‘주점 이용 안내문’이 붙어있다.
세종대 교내 게시판에 ‘주점 이용 안내문’이 붙어있다.

축제 준비에 차질 빚기도…

  교육부의 공문으로 대학가는 축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오는 15일(화) 축제가 열리는 건국대의 총학생회는 주점 부스를 신청한 학생들에게 등록되지 않은 사업자의 상행위는 일체 불가능하다는 공지를 내리며 부스 신청을 전면 취소하고 다시 신청을 받기도 했다.

  운영상의 차질뿐 아니라 금전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축제를 준비하며 주류 회사와 맺은 계약 또는 주류회사의 주류 지원도 축제를 얼마 남기지 않고 계약을 파기하거나 주류 지원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 김유진 총학생회장은 “교육부의 입장을 3월부터 알려줬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통보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계약을 파기하면서 생기는 위약금으로 많은 대학이 위약금 문제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류를 미리 결제한 대학의 경우는 주류를 반품할 경우 환불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축제를 연기하게 된다면 축제 공연의 가수 섭외 취소에 대한 위약금 문제마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KAIST는 지난 4일(금) 긴급회의를 열고 위약금 피해 실태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대학가, “학생사회 논의 없었다”

  축제를 앞둔 대학가에서는 갑작스러운 교육부의 공문이 학생사회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목),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주세법 관련 교육부 공문에 대한 중앙운영위원회 입장문’을 게시했다. 해당 입장문으로 연세대 중앙운영위원회는 “대동제를 불과 2주 앞둔 상황에서 교육부는 이 같은 공문을 각 대학에 발송했다”며 “‘술 판매 없는 대학 축제’는 교육부의 지침에 의한 떠밀리기 식이 아니라 학생사회의 논의와 합의를 통해서 결정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고려대 총학생회도 교육부 공문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고려대 중앙운영위원회는 “오랜 시간 지속돼온 대학의 축제 문화가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만으로 강제적으로 변경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부산대 황민우 총학생회장은 “매년 관행적으로 판매해왔는데 불과 축제를 2주 앞두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주류 판매를 막으려 일부러 그런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당장 이번 주에 축제를 시작하는 학교는 물품 구매 업체에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지도 모른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교육부의 대학 축제 주류 판매 제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각 대학의 익명 커뮤니티인 대나무 숲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수도권 A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축제 때 주점에서 술을 파는 건 영리 목적보다는 축제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 진행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고, 건국대학교 총학생회 대나무 숲에는 “축제에서 술을 판매하는 것이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고, 80년대에도 파전과 막걸리를 먹지 않았나”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술 없이 축제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게 더 좋지 않은 축제 문화가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며 학생들 간의 입장은 팽팽했다.

  교육부에 대한 대학가의 비판에 대해 공문을 작성한 국세청 소비세과 관계자는 “주점에서 술을 판매하려면 주세법상 식품위생법에 따른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번 공문은 대학생을 처벌하기보다는 대학 내 불상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학 축제, 주점 음주문화는 여전

  본 기자는 주류 판매를 금지한 각 대학에서 어떻게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세종대와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 두 곳에 다녀왔다.

  먼저 지난 8일(화)부터 10일(목)까지 축제를 진행한 세종대를 직접 찾아가 보았다. 세종대 정문부터 주점이 열리는 중앙 잔디밭까지 가는 동안 몇몇 학생들의 손에 들린, 술이 담긴 편의점 비닐봉투가 눈에 띄었다. 세종대의 중앙 잔디밭과 운동장에 위치한 주점에 다다랐을 때, 많은 학생들이 각자 술이 담긴 비닐봉투를 들고 주점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점의 테이블에는 술병들이 놓여있었고, 학생들은 주점에서 제공하는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주점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던 한 학생은 “주점에서 술을 사 마시는 것보다 편의점에서 술을 사는 것이 가격이 더 저렴해 좋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주점을 운영한 학생회 임원 정 모씨는 “처음에는 술을 팔지 못해 손님이 줄어 손해가 클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술을 사 들고 오시는 손님이 많아 기대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한 학생은 “오히려 재밌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점에서 주류를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과) 관계없이 재밌게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대 한 축제 주점의 메뉴판으로, ‘술 사다드립니다’라고 적혀있다.

  세종대를 나와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들린 역내 편의점에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주류를 진열해두는 냉장고에는 이미 맥주와 소주 칸이 텅 비어있었다. 텅 빈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창고 안으로 들어간 아르바이트생도 더 이상 주류의 재고가 없음을 확인하고 냉장고를 채우기 포기했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소주와 맥주의 재고를 묻다가 다른 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세종대 근처 편의점에서 학생들이 술을 구매하고 있다.

  이어 본 기자는 지난 9일(수)부터 11일(금)까지 축제를 진행한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를 방문했다.

  성균관대도 마찬가지로 많은 학생들이 외부에서 술을 구매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주류와 음식 판매를 전면 금지했지만 주류 반입을 금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부에서 푸드트럭을 들여와 음식을 제공했으며 푸드트럭 주변에 테이블을 놓아 학생들이 음식과 음주를 즐길 수 있게끔 조성했다. 총학생회 집행부들은 축제 현장을 돌아다니며 주류를 판매하는지 점검하기도 했다.

  한 공터의 푸드트럭 주변 테이블에서 많은 학생들이 푸드트럭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주점이 활발히 열렸던 기존의 대학 축제와는 다를 바 없었다. 본 기자는 여러 명이 술을 마시던 테이블로 다가가 “술을 마셔도 되냐”고 물었고, 모두가 “직접 사온 술은 괜찮다”고 답했다. 그리고 교육부의 공문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 학생은 “음주문화는 대학 축제의 문화 중 하나인데 이렇게 급하게 공문을 보내온 것은 대학생의 문화를 말살시키려는 의도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축제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이) 범법이라고 인식한 이상 지성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에서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축제에서 학생들이 푸드트럭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본교 축제, 어떻게 진행되나

  다음 학기에 축제가 진행될 예정인 본교는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총학생회 송진태(벤처중소·15) 총학생회장은 “본교 대동제의 운영 방식은 아직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으나, 각 단과대와 학과 학생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축제가 관행을 고려하는 방향이나 공문에 응하는 방향에서나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축제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교육부의 일방적인 통보에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깊은 유감을 느끼고, 건강한 대학 문화를 조성한다는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과의 소통이 누락된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법을 준수하되 축제 분위기는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학생서비스팀 전영석 과장은 “축제를 기대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알기에 축제 분위기는 기존처럼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외부에서 술을 구매해 마시는 방안이나 다른 여러 방안을 추후 총학생회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