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렛미인>(2008)을 떠올려 보자. 스웨덴 설산의 서늘함, 어둠과 빛의 대비, 뱀파이어 소녀와 소년의 처연한 사랑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뱀파이어의 시조라고 볼 수 있는 드라큘라의 고전적 상징은 영화 <렛미인>을 통해 변주되었다. 무려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 왕따 소년의 첫사랑이라는 소재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소년, 소녀의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어둠과 빛, 이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뛰어 넘어 진정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둘의 진심은 스웨덴 영화의 품격을 올려주는데 성공한다. 2010년 매트 리브스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 된 영화 <렛미인>은 스웨덴 작가의 원작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며 차별성을 더한다. 매트 리브스 감독은 대중성과 흥행에 초점을 맞추며 서늘하고 차갑기만 했던 영화의 색채를 확연하게 변화시킨다. 이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전작의 배경이었던 스웨덴의 한 마을은 80년대 미국의 뉴멕시코 주로 바뀐다. 소비에트 연방이 악 그 자체로 규정되던 시기인 만큼 리메이크 판 <렛미인> 역시 그 색채가 어둡다. 이를 대변하듯 영화의 주인공인 소년 ‘오웬’(코디스밋 맥피)은 학생들에게 일상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소년이다. 그런 그가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소녀는 바로 옆집으로 이사 온 또래 소녀 ‘애비’(클로이 모레츠)다. 그러나 그녀가 이사 온 후로부터 마을에는 살인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오웬’은 ‘애비’와 가까워지는 만큼 그녀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다. 이 영화가 전작보다 대중성을 쫓았다는 지점은 바로 이 비밀을 풀어가는 단서에 있다. 살인 사건의 배후를 쫓는 경찰의 캐릭터에 힘이 실리고 미스터리 요소는 더욱 부각된다. 소녀의 살육 역시 보다 강렬하게 묘사된다. 전작이 하얀 눈과 서늘한 여백으로 가득 차다면 매트 리브스의 <렛미인>은 조금 더 붉고 직설적인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두 소년 소녀의 섬세한 감정은 여전히 감각적이다. 성공적인 리메이크가 주는 정점을 보이는 영화가 바로 <렛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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