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이 심각하다보니 대학의(또는 외부 사회의 대학에 대한) 관심은 학문 연구보다는 취업에 집중된다. 학생들의 장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으니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기업 등 외부에서도 대학에 거는 기대는 이제는 탁월하고 심오한 학문 연구의 추구라기보다 ‘사회에 나와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대학평가에서도 취업률은 매우 중요한 핵심 지표가 된다.


  취업률은 대체로 졸업 직후인 4월 정도를 기준으로 측정되는 것 같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졸업 직후만이 아니라 5년, 10년, 20년 이후에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이런 장기적인 통계는 현실적으로 얻기 힘들기 때문에 가장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단기적인 통계만이 유효한 지표가 되며 결과적으로 단기적인 처방과 진단만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통계도 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최근 열악한 고용안정 현황을 보여주는 심각한 통계가 나와서 주목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05~2013년 고용유지율을 비교한 결과, 2005년 청년층의 6개월 고용유지율은 61.1%, 1년 고용유지율은 43.1%였지만, 2013년에는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이 55.2%,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39%에 불과했다. 청년 10명 가운데 5명 이상이 취업 뒤 6개월 안에 회사를 관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수치였다. 1년 이상 일하는 경우도 10명 중 4명이 채 안 됐다. (한겨레 21, 1178호 17.9.11 표지이야기)


  실정이 이렇다면 첫 직장만을 고려한 현재의 취업률의 의미에 관해서도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취업이 어렵다고 대학 4년 동안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올인하고 취업을 위해 몇십 번 지원서를 작성하고 면접 준비를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데, 정작 어렵게 취업해서 이렇게 금방 그만두는 게 현실이라면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우리 대학의 모습에는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학생들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서 백세 시대를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전과 같이 ‘정년’으로 상징되는 ‘평생직장’ 개념은 소수에게나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첫 직장 취업에만 관심두는 것보다 자신의 미래의 삶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디자인할 것인가를 긴 안목에서 성찰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