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저

  “나는 마치 상처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책은 저자 박완서 본인의 일대기가 담긴 자전적 소설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 전쟁까지 시대적 바탕으로 둔 이야기지만 독립 투사적인 모습이나 일제에 항거하는 모습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 시대에 살았던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솔직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일반 가정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인물의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나서 시대적으로 겪는 갈등적 상황과 이를 대응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꽤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위선적인 모습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주인공은 그녀의 어머니의 뜻대로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경하여 교육을 받 는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거주지를 옮기는 모습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 敎)를 떠오르게 한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교육열은 시대와 장소 상관없이 어디에서나 존재하나보다. 이 책의 제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역시 작가가 겪은 경험 중 서울 생활과 농촌 생활의 차이에서 나온 부분이다. 시골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던 ‘싱아’라는 식물이 서울에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을 회상한 것이다. 서울의 모습과 농촌의 모습, 지역적 차이에 따른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도 톡톡하다.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려 하는 할아버지가 계신 농촌과 일제의 탄압 하에서 서구화 되어가는 서울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해방된 이후의 시대 상황이 나타나 있다. 전쟁을 통해 겪는 아픔들을 세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갈등으로 같은 민족끼리 피를 묻히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 가정 내의 이별 등의 고통을 가감 없는 표현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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