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칼로레아(Baccalauréat)는 지난 2013년 대중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EBS 지식채널 e에서 제작한 <시험의 목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이후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바칼로레아는 1808년 나폴레옹 시대에 만들어진 후 현재까지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험으로, 프랑스 교육과정의 중등과정 졸업시험이 자 국공립 대학 입학자격을 얻기 위한 시험이다. 고등학교 3학년 말에 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수능제도와 비슷한 개념이라 볼 수 있지만, 바칼로레아는 20점 만점인 시험으로 평균 10점 이상의 점수를 얻기만 하면 모든 응시자 학생들에게 일반적인 국공립 대학 입학 자격을 부여하는 절대 평가라는 점에서 우리와는 큰 차이를 갖는다. 본래 바칼로레아는 바칼로레아를 취득한 사람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사회에서 대학교 학사 학위를 딴 사람으로 대우해줬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고 합격률 또한 10%에서 오갔으나 현재는 유학생을 제외한 순수 프랑스 학생들 기준으로 통상 합격률 40%의 난이도다. 우리가 고교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이과와 문과로 나뉘듯이, 프랑스 학생들도 고교 2학년 때부터 이과, 문과, 경제과, 실업계 등을 선택하여 분류되는데 자신이 선택한 전공수업이 무엇이냐에 따라 바칼로레아 시험과목과 점수의 반영도가 달라진다. 바칼로레아가 주목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전공에 관계없이 필수적으로 치러야하는 시험과목 중에 철학이 있다는 사실이다. 시험은 객관식은 하나도 없이 오직 주관식 논술로 답안을 채워 나가야 한다(이는 철학 외 과목들도 마찬가지다. 주관식이기 때문에 기계식 채점 없이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에 의한 직접 채점 방식이며, 공정성을 위해서 응시자가 자기 답안지에 인적사항을 적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있다.). 철학 시험에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문제는 대개 사회현안에 관련된 내용을 출제하는데 그 범위가 프랑스 사회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에 이른다. 주어진 문제는 일체의 ‘지문’ 없이 오직 한 줄의 ‘질문’으로 구성된다. 가령 1989년 중국에서 천안문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의 시험문제는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가?’였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에 출제된 문제는 그 문제가 그 시대가 당면한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쉬 답하기 어렵다. 문제에 대한 ‘정답’은 애초에 없다. 이 때문에 응시자 학생은 자신의 사고능력을 총동원하여 문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신중하게 써내려 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수능은 그 일정이 끝나면 학생들이 자기 답안이 정답인지 맞춰보고,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은 환호하고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학생은 절망한다. 허나 바칼로레아 시험은 적어도 철학 시험만큼은 희비가 엇갈리는 이가 없다. 문제에 대한 정답이 없고, 사람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기에 자신의 생각을 충실하게 옮기기만 했다면 그것이 곧 자기만의 답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응시자에 비해 문장을 구성하는데 있어 논리가 빈약하여 낮은 평가를 받을 수야 있겠지만, 그건 자신이 보완·발전시켜야 할 문제이지 ‘오답’으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제도도 결국 각 나라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 등의 문제를 배제하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나라의 수능이 마냥 단점만을 가진 제도라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마찬가지로 바칼로레아가 마치 교육제도의 최고 단계에 있는 것처럼 낭만화하여 생각해서도 안 된다. 허나 우리는 시험의 목적을 어디에 두는지, 시험에서 마주한 문제가 시험이 끝나자마자 휘발해버리진 않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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