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아니 무엇을 위한 숭실인가. ‘어느 분’도 알고 있을 것이다. 기독교에서 모든 인간은 신의 현상으로, 하나님의 현현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을. 인간이기에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을.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져야 할 존엄성의 기초라는 것을. 무엇보다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고 순종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다른 모든 사람을 하나님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바로 이것이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완성이자 인간다움의 발현임을 ‘어느 분’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숭실은 인간다움을, 기독교 대학이라는 정체성을, 무엇보다 숭실다움을 잃어버리고 있다.

  5월 10일, 영락교회에서 개최된 ‘숭실 재건기념 54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우리의 학우와 동문이 폭행 및 협박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숭실대 재학생들은 작년부터 세월호 망언, 불법세습, 명성 교회 내 비자금 조성, 그리고 숭실사이버대 장악 의혹 등으로 얼룩진 ‘어느 분’에게 퇴진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것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어느 분’ 측은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고, 이에 대답을 촉구하고자 벌인 기습시위였다. 이 과정에서 본교 동문과 학우는 폭언과 위협을 당하고, 목이 졸리는 등 무자비하게 진압당했다.

  숭실 재건기념 54주년. 우리는 입학부터 숭실의 숭고한 역사에 대해 배워왔다. 하지만 오늘날 숭실에게 자진폐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폭력과 불의로부터 저항하며 자진폐교를 감행한 숭실의 숭고한 역사는 오늘날 숭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이사회와 학교는 불편한 외침보다 편안한 침묵을 견지하는가. 이사회와 학교의 무반응은 기독교 정신과 숭실의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다. 기독교 정신과 숭실의 정신을 저버린 이번 폭력진압 사태, 그리고 이사회와 학교 측의 묵인은 숭실의 일원으로서 참담하기만 하다.

  폭력과 불의 그리고 돈으로 도배된 대학의 모든 숭고한 이야기는 악취를 풍길 뿐이다.

  숭실의 학우들이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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