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이후 본교는 교내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에 대응하거나 학교 구성원들의 인권을 보호할 공식 기구나 부서가 부재한 실정이다. 비록 상담센터 산하에 양성평등팀이 존재하긴 하지만 팀의 주업무는 성희롱‧성폭력 피해 상담으로, 교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인권 침해 문제를 다루기엔 한계가 있다.

  마땅한 교내 인권기구가 부재한 2년 동안 학생들은 자발적이고 다양한 움직임으로 인권기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지 4개월이 지난 2016학년도 3차 전학대회에선 401명의 학생들이 총여학생회를 대신할 ‘학생인권위원회’의 설립을 전학대회의 안건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운영비 지원의 어려움과 활동방향의 불확실성으로 학생인권위원회의 설립은 부결됐다. 이후 학생들의 인권기구에 대한 관심은 2017학년도에 학생이 직접 ‘학내 혐오 발언 아카이빙 계정’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갔다. 일부 장애 학생들은 직접 학생회장을 만나 장애인을 위한 제도, 소통의 장이 부족하다며 이를 해결할 인권기구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직접적인 요구가 없더라도 대학이라는 수직적 질서가 산재한 곳에서 대학 내 인권기구 혹은 부서는 당위의 차원에서도 존재해야 한다. 대학 내 대부분의 관계는 위계를 바탕으로 한 권력 관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생과 교수, 선배와 후배 등의 위계 관계에선 오늘날에도 자신의 권력을 바탕으로 소위 ‘갑질’이 벌어지고 있다. 교수가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혐오 발언을 하거나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경우, 선배가 후배에게 군기 문화를 자행하는 경우는 여전히 잦다. 이러한 갑을 관계가 팽배한 대학에서 을이 가진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인권기구가 마땅히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타 대학들은 총학생회 혹은 학교 차원에서 이미 다양한 인권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회 차원에서는 총여학생회의 형태로 인권 기구를 운영하고, 학교차원에서는 교내 인권센터, 인권위원회를 통해 학교 구성원의 인권 보장과 인권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교와 가까운 중앙대, 서울대뿐만 아니라 연세대, 동국대 등 다양한 학교가 이미 인권센터와 인권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경희대 또한 이번 학기에 독립적 지위를 가진 인권센터를 설립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미루어본다면 본교와 총학생회 또한 인권기구를 빠른 시일 내에 설립해 그동안 지속되어 왔던 학생들의 인권기구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날로 중요해지는 인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마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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