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은 북파공작원 ‘흑금성’의 실화에서부터 출발한다. 1993년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한반도의 정세가 혼란한 시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국군정 보사령부 소령 출신 ‘박석영(황정민)’에게 북핵의 실체에 접근할 것을 요청한다. 진부하다면 진부한 혹은 그보다 더 예민한 소재인 남북 분단은 종종 한국 영화의 모티브로 사용되어 왔다. 영화 <공작> 역시 개봉 전에는 한국 영화 첩보 액션의 맥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공작>은 한국 영화에 흔한 캐릭터인 남파 공작원에서 벗어나 북파 공작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액션이 아닌 실화를 재구성하는데 집중한다. 액션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긴 대사와 눈빛을 선보이며 국가보안법의 모순 역시 신랄하게 비판한다. 또한 두 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의 긴장감을 이어가기 위해 금기이자 미지의 세계인 ‘북한’을 표현하는 데 공들인다. 윤종빈 감독은 90년대 북한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6개월간의 로케이션을 가진다. 190억 원 의 제작비 역시 김정일의 호화로운 별장과 북한의 90년대를 재현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한다. 사실적인 볼거리와 더불어 영화 <공작>을 끌어가는 힘은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에 있다. 남과 북의 분단 현실을 신파로 풀어가기 보다 공작원 ‘박석영’,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이성민)’ 두 명의 공존에 집중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두 인물은 개개인의 조국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되 진정한 선의 길을 모색한다. 박석영의 저의를 알면서도 이를 눈감아 줄 수밖에 없는 리명운의 모습은 목적은 다르지만 그 결과는 같은 결을 이루는 공작이 되는 셈이다. 이는 곧 각기 다른 신념보다 더 중요한 공존과 화합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며 지금까지의 남북 분단 영화와는 다른 결을 탄생시킨다. 그렇기에 대북 공작의 시작부터 정권 교체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흐름 역시 부담스럽지 않은 수순으로 자연스러운 맥락을 차지한다. 새로운 시도란, 언제든 양면성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러나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은 새롭지만 낯설기 않기에 환영받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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