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예기치 못한 감정과 맞닥뜨리곤 한다.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수치스러워지거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 부아가 치밀기도 하며, 난데없이 찾아온 비보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우울해지기도 한다. 반대로 너무 기뻐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취향과 딱 맞는 유머에 배를 잡고 구르기도 한다. 우리는 보통 그렇게 생각한다. 때때로 좋은 감정도 찾아오고 나쁜 감정도 찾아오는 법이라고. 하지만 최근 읽은 안드레아스 크누프의 『내 감정이 버거운 나에게』에서는 감정을 어떠한 척도로도 구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확히는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감정에 대한 평가를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너무나도 부끄러워 당장에라도 이 감정을 그만 느끼고 싶을 때, 부끄럽다는 감정을 좋고 나쁘다고 구분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는 감정이라는 건 한 인간 존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아무리 나 자신의 감정일지라도 그것을 자의로 없애거나 중단할 순 없다.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모든 감정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을 때에야만이 자신을 억누르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거기까지 가닿는 데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난 작가가 제시한 이러한 ‘마음챙김’의 방법에 큰 감명을 받았다.

  누구에게나 절대로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은 있다. 분노, 부끄러움, 민망함, 우울, 배신감 등 인간이 본능적으로 회피하고자 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나열해보라 하면 아마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감정은 우리의 일부이다. 그리고 나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나의 감정은 외부의 상황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 흐려져 간다. 어느 순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거기에 끝없이 평가를 하고 골몰하고 집중하며 그 감정을 놓아주려 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도 무의식의 기저에서 나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세상이 빠르게 변한 만큼 쉽게 행복을 느낄 방법은 많아졌다. TV를 틀면 언제나 재밌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원하는 동영상, 음악을 마음대로 재생할 수 있다. 우리는 복잡한 생각이 들면 때때로 그런 식으로 스스로의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회피에 불과하다. 본인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로 한 뒤에야만이 우리는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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