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제상만사 <2>



나는 어여쁜 구혜선이 나와 피부가 권력임을 나긋이 알려주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사람이다. 어디가서 이렇게 말했다간 ‘ㅉㅉ 오크 열폭(열등감 폭발)하고는’이란 반응을 얻지 않을까 싶은데, 열폭 맞다.

어디 하나 예쁜데가 없는 외모에서도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게 피부다. 피부가 고우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데, 사춘기를 혹독하게 치른데다 타고난 피부가 두바이 유전 부럽지 않은 번들번들한 지성피부인 나는 피부가 권력이라니, 팍 기가 죽는다. 다른 화장품 광고도 마찬가지다. 화장 하나 안 해도 자체발광하는 여인네들을 보면 ‘발라야한다’는 압박이 든다. 홈쇼핑 광고도 피해갈수는 없다. 이쪽은 설명이 디테일하다. 나같은 ‘곰손’도 쉽고 간단하게 커버할 수 있다며 “요새 이 정도는 하고 다녀야 하잖아요”라는 말로 쌩얼인 나를 기죽인다. 피부에 자신있는 사람도 아닌데 약점을 그렇게 공략당하니 사지 않고 배기겠는가. 화장품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건 그 때문이다. 열등감 들고, 압박을 받고, 결국엔 없는 통장 긁어가며 지르고. 택배로 온 화장품들을 ‘쟁여놓으며’ 생각한다. 맙소사, 언제부터 내가 화장품을 ‘모시고’ 살게 된 거지.

 


그런 와중에 만난 이 만화책, 해피메이크업은 단순한 플롯에도 신선할 수 밖에 없었다. ‘화장품’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이 만화는 판매사원 레이코가 화장품으로 손님을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고민거리나 콤플렉스가 있는 여성들을 만나고 레이코는 외친다. “그건 범죄입니다!” 화장품을 바르지 않아서 범죄가 아니다. 화장품은 그녀들이 자신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그녀의 호통은 애정이 넘친다. 나쁜 피부에 불평만 하지 말라며 그녀는 말한다. “바꿔라” 화장품만 바르는 게 아니라 어떤 습관을 가져야 할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까지 삶의 전반에 걸쳐 그녀는 조언한다. 이 만화에 보내는 공감은 그래서 더 클 수밖에 없다.

여드름, 홑꺼풀, 다크써클에 이르기까지 사소하지만 본인에겐 그토록 힘들 수밖에 없는 문제로 우리들은 의기소침해 한다. 광고처럼 오만하게 ‘바르지 않으면 안되느니라’보다는 ‘화장품은 너의 동반자니 이렇게 저렇게 이용하거라’라고 구체적으로 일러주고 꾸중하는 레이코.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한 번이라도 불만을 품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물론 평소 일본만화 특유의 ‘가르침’을 싫어하는 사람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만화에 나오는 화장 중 특히 색조 부분은 배경이 일본인 점을 감안할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것 차치하고라도 많은 군상 중에 나와 같은 모습 하나 발견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 소리치는 레이코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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