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화)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사고는 브라질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을 충격에 빠뜨렸다. 화재가 발생한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본래 1818년 포르투갈의 국왕 주앙 6세에 의해 왕립박물관으로 설립된 곳으로, 브라질 황제 페드루 2세 때 황제 자신이 자비로 구입해 온 여러 유물을 기증하면서 시설의 규모가 확장된 것이다.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건물 자체만 해도 200년 이상 되었기에 건축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었고, 귀한 유물들을 2천만 점이나 소장하고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루지아’라는 이름이 붙여진 여성의 유골에서부터 브라질 황제 페드루 2세의 아내 테레사 크리스티나 황후가 자신의 친정인 양시칠리아 왕국에서 가져온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브라질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유물들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유럽의 여느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브라질 현지 언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소장품의 90% 이상이 이번 화재로 인해 복원 불가능한 수준으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브라질의 문화적 자산이자 인류 전체의 문화유산이 삽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브라질 국민들은 이번 화재사고가 ‘월드컵에는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박물관에는 최소한의 예산도 주지 않았던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 탓’이라며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브라질 현지 언론과 외신은 한목소리로 ‘관리 예산의 삭감과 부적절한 유지보수’가 이번 화재의 원인이라 비판했다. 정치권이 ‘박물관’과 ‘유물’을 겨우 짜디짠 예산이나 줘가며 유지해야 할 한낱 ‘시설’로 여겼다는 점이 이번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에서 제일 충격적인 부분이다.

  무릇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들은 단순히 시간의 세례를 견뎌냈다는 이유로 귀한 것이 아니다. 유물은 과거의 시대적 상황과 사람들의 생활상을 짐작하게 해주는 여러 단서를 제공해줌은 물론, 더 나아가 과거에 사람들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치고 있었는지에 대해 알게 해준다. 유물은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집단이나 사회의 정체성을 견고히 해주기도 한다. 1949년 마오쩌둥이 이끈 공산군에게 패한 장제스가 대만으로 퇴각하면서 중국 본토 전역에서 모은 유물을 수십만 점이나 챙겨간 것은 단순히 유물이 ‘값어치가 높아서’만은 아니었다. 장제스는 유물이 ‘값을 매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상이 남겨준 유물을 귀하게 다루는 것은 세계 어딜 가도 마찬가지지만, 장제스와 국민당은 자신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와중에도 유물을 챙기길 고집했다. 장제스가 ‘조상의 유물을 보유하는 것이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라는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유물을 가져갔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허나 ‘유물의 보유=정통성 확보’라는 정치적인 이유가전부였다면 장제스는 대만 땅을 살아서 밟지 못했을 것이다. 장제스가 배를 이용해 중국 본토를 탈출할 때 마오쩌둥은 곧바로 그를 추격했고 장제스의 배를 격침할 수 있는 곳까지 접근했다. 허나 마오쩌둥은 장제스를 살려줬다. 장제스가 탄 배에 중국 역사의 정수 중의 정수라 할 만한 유물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이 전부라면 마오쩌둥은 ‘정적(政敵)의 제거’라는 선택을 했겠으나, 마오쩌둥은 정적을 바다에 수장하는 것보다 후대를 위해 유물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치인의 태만으로 소실된 브라질 박물관을 보니 정치인의 결단으로 살아남아 후손을 빛내주는 중국의 유물들(대만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이 새삼 다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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