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의 입학사정관을 하면서 지원한 고등학생 학생부기록을 살펴볼 기회가 주어졌다. 자소서나 학생부에 따르면, 지원자들의 희망직업이나 장차 어떠한 일들을 하겠다는 직업소명 혹은 나름대로 인생의 진로를 아주 믿음성 있게 서술하고들 있었다. 어떤 학생은 사회를 비판하고 약자의 편에서 정의로운 일을 하려는 사명감을 엿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도 있고, 희생과 봉사로 사회에 나아가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겠다는 글을 읽으면서 살짝 눈물이 글썽해지는 감동을 받을 때도 있었다.

  꿈이나 희망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혹은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이라고 쓰여져 있다. 하지만 그렇게 의지와 결심이 강했던 고등학생들의 희망과 꿈이 대학에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어 상담을 해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취직이 잘되는 분야가 무엇인지요?,’ 또는 ‘전 꿈과 희망이 없어졌어요’ 등 불과 1, 2년 전과는 다른 꿈과 희망, 아니 그 조차도 생각이 없는 학생들을 가끔 접한다. 그럼 이들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한 일시적인 꿈이였던가, 아니면 대학교육의 잘못으로 이렇게 되었던가 하는 생각으로 무언가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찌 학생들은 그 짧은 기간에 꿈과 희망을 잃어 버렸단 말인가? 그렇게 만든 것이 기성세대들이나 사회의 책임은 아닐까? 물론 꿈과 희망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한다. 1970년대 고등학생의 꿈과 희망이 현재의 꿈과 희망과 같을 수는 없다. 힐끗 희망 직업군을 살펴보면, 한 때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선호도가 높았으나 사회가 힘들어지면서 공무원이나 교사 등의 직업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부에 3년간 기록하고 결심한 꿈과 희망이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바뀌거나 없어지는 건 왜 그럴까? 또한 대학생활 중에도 아무런 꿈과 희망 없이 다니는 학생들은 왜 그럴까?

  학생들이 희망직업을 알게 된 경로는 미디어,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 순이라는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다. 미디어를 연구하는 교수로서 미디어 역할 중에 문화전수 또는 사회화 기능의 중요성을 다시 되새기면서 학생들이 좀 더 개성과 적성에 맞는 미래의 꿈과 희망을 오랫 동안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일시적이고 기회적인 희망이나 미래의 길보다는 나름의 길을 선택하고 경험하는 인생의 길을 찾아 가는 것이 지금의 대학생으로서 또한 젊은이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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