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일)부터 지난 1일(토)까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치러졌다. e스포츠는 컴퓨터 및 네트워크, 기타 영상 장비 등을 이용하여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채택된 종목은 총 6개로, 개인전에는 △클래시 로얄 △스타크래프트 2 △하스스톤 △위닝 일레븐 2018이 선정됐다. 또한 팀전으로는 리그오브레전드, 아레나오브발러 경기가 진행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하 IOC)에서 e스포츠를 스포츠 활동으로 공식 인정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그동안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했던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에 진출한 것은 대중이 가진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한국e스포츠협회 김철학 사무총장 대행은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가 스포츠로 인식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라며 “게임은 10대부터 30대 사이의 마니아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지상파를 통해 1시간 가까이 노출되면서 일반 시청자들에게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는 지상파에서 해설자를 초빙해 일반 스포츠 경기와 다름없이 중계하며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e스포츠가 신규 종목으로 지정된 만큼 한계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우선 게임은 기업의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공정해야 한다는 스포츠 정신과는 반대로 이익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상업적인 행사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시기별로 유행하는 게임이 상이해 종목 책정 시 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도 있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가 열릴 때, 종목을 선정하는 데 활용할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스포츠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기술적인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인식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월)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조별예선 중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로 수차례 경기가 중단됐다. 
 

  한국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있다. 한국은 올해 e스포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는데, 이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의 회원 단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은 각 국가를 대표하는 체육단체에 소속된 단체가 선발한 선수에게만 참가 자격을 부여한다. 그러나 한국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의 회원 자격인 ‘6개 이상 시·도 체육회에 해당 종목 단체가 가입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 결국 e스포츠협회는 임시로 준가맹단체 지위를 받아 출전할 수 있었다. 현재 협회를 책임져야 할 협회장 자리도 지난해 5월 이후 계속 공석인 상태다.
 

  현재 국내에는 e스포츠를 위한 제반 시설이 부족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시작됐다.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규모 300석 이상의 e스포츠 경기장은 3곳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화)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된 정부 예산안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표한 ‘문체부 2019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내년 8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예산 25억 원에서 61억 원 증가한 수치다. 이중 77%인 66억 원은 e스포츠 상설 경기장 확보에 투입된다.
 

  지난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또한 2024 파리 올림픽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흐름과는 달리, 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지난 1일(토) “올림픽 프로그램에서 폭력 또는 차별을 조장하는 게임을 선보일 수 없다”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사람을 죽이는 게임들이 올림픽 가치에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바흐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우리는 차별 금지, 비폭력, 사람들 간의 평화를 위해 폭력, 폭발, 살인과 관련된 게임과 명확한 선을 그어야만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바흐 위원장은 지난 7월 ‘e스포츠 포럼’에 참가해 “e스포츠가 아직 초창기 단계이지만 전세계 수백만 젊은이들이 참여해 빠르게 성장하는 종목”이라고 말하기도 해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채택 여부와 관련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이 지역 예선을 통해 진출한 종목은 ‘스타크래프트2’와 ‘리그오브레전드’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상했다. 그러나 e스포츠는 시범 종목에 불과해 예술체육요원 대체복무(병역 면제)나 연금 등의 혜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가별 메달 순위에 집계에서도 누락됐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