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끌며 많은 논란 끝에 수차례 시행이 연기되었던 고등교육법(일명 강사법)이 내년 1월 1일을 기해 시행될 예정이지만 당사자인 강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5개월간 십여 차례 논의 끝에 “노사와 국회, 정부 모두가 합의한 강사법 개선법령안은 지체 없이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히며 농성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교육부의 개정안은 강사를 대학교원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경제적인 처우도 개선하며 임용 및 계약기간을 보장하는 등 그간의 법안들보다는 다소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작 당사자들인 대학과 강사들 모두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이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법안 시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신분상의 안정과 함께 경제적인 처우를 보장하는 방학 중 임금 지급, 4대 보험가입, 퇴직금 지급 등을 시행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 가뜩이나 재정상태가 열악한 대다수 대학들, 특히 사립대학들이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동안 대학들은 10여 년째 지속하고 있는 등록금 동결에 내년부터는 입학금도 폐지되며 주요 수입원인 등록금 역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재정상태가 나아질 기미는 전혀 없는데 추가로 부담을 안게 되면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강사 채용은 가능한 억제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강사들이 담당했던 과목들도 유사한 과목은 통폐합하고 전임 교원에게 강의를 부담시키며, 대형 강의를 증설하는 등 기존의 학사 체계에도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는데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피해는 강사뿐 아니라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강사들이 바라는 것은 고용안정과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대우, 수준 높은 수업과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 확보인데 이는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수업의 질적 수준과 직결되는 일이기에 대학이나 정부 당국 모두 손 놓고 있을 사안은 아니다. 대학의 기본 임무 중 하나가 수준 높은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비싼 등록금을 내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교육을 받는다면 그 손해가 얼마인가. 정부 당국은 지금이라도 법안 시행에 따른 소요 예산 규모를 밝히고 예산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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