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기업의 속도는 시속 100마일인데 법의 속도는 1마일”이라며, 법·제도가 지식경제가 요구하는 가속도에 동시화되지 못해 기능장애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발전을 해나가야 하는 나라의 주요 제도들이 뒤쳐져 있다면 부(富)를 창출하는 잠재력이 제한될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이러한 제도들이 혁신적으로 재편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기술이 가장 빠르게 변하는 분야 중 하나가 에너지 분야이다. ‘에너지혁명 2030’의 저자 토니 세바는 신재생 에너지,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를 미래 에너지 혁명의 3대 축으로 꼽고, 2030년에는 그린빅뱅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재생에너지의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이며, 앞으로 고정투자비용도 급감해 전력생산의 판도가 전면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에너지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의 법·제도는 변화속도가 너무 느려 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국부마저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 석탄, 가스 등 1차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이 중 76%만이 최종 에너지로 소비되고 나머지 24%는 자연환경 속으로 버려지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멸실(滅失)은 거의 대부분 1차 에너지가 전력이나 열 등 2차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막대한 에너지 전환손실은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낡은 법규제 때문에 이용할 수 없는 데서 상당 부분 비롯되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법’에서는 열, 전기, 연료만을 에너지로 열거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서 발전용으로 사용하는 ‘냉열’이나 ‘압력’ 등은 에너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쿄가스나 오사카가스 등 가스회사가 전국에서 10기 이상의 냉열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냉열 발전은 천연가스를 -162도로 압축냉각시켜 수입된 액화천연가스(LNG)를 바닷물로 온도를 높여 기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팽창력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화력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과는 달리 온실가스나 방사성 폐기물 등 유해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LNG 기지에서 생산된 방대한 냉열 에너지가 대부분 바닷물 속으로 버려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냉열 발전을 하고 싶어도 발전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할 수 없는 처지란다. 냉열은 냉동·냉장 클러스터 조성이나 아이스링크, 초저온 소재산업 진흥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3,000만 톤 이상의 LNG를 수입하는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이다. 그렇다면 냉열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압력도 신에너지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압력은 고압가스관에서 저압가스관으로 가스가 이동할 경우 팽창력으로 터빈을 돌려 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자급률은 ‘준국산’ 에너지인 원자력을 포함할 경우 2014년 현재 16.5%로 미국(91%)이나 중국(85%)에 비해 월등히 낮다.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금액은 2014년 1,730억 달러에서 작년에는 유가급락 덕분에 800억 달러로 줄었지만 올해 들어 유가 반등으로 다시 늘고 있고, 국민들의 에너지 이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에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 대비 37% 줄여야 한다.  


  이 모두가 우리가 에너지를 알뜰히 이용하고 에너지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비단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에너지이용의 효율성 및 생산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절실한 과제다. 


  에너지는 열에너지, 역학에너지, 전기에너지 등 다양한 형태로 상호 변환이 가능하지만 변환 전후의 에너지 양에는 변함이 없다. 이 점에서 전환과정에서 아깝게 버려지는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제도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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