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무성한 자연, 
  서달산

서달산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모습
서달산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모습

   본교 캠퍼스의 후문, 기숙사나 웨스트민스터홀 쪽 출구로 나가면 무성한 숲길을 볼 수 있다. 곧장 숲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2차선 차도가 나오는데, 그 건너편에 보이는 무성한 숲이 서달산 입구다. 더운 날씨 탓인지 입추가 지나고 한 달이 넘었는데 서달산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는 아직도 벌레들이 무성했다.

  본교에서 고작 몇백 미터도 떨어져있지 않은 곳인데 대학생은커녕 30대처럼 보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등산로에 보이는 사람들은 거의 등산복을 차려 입은 중장년층이었다. 사진을 찍으려 잠시 멈추자 길목에 앉아있던 노부부가 말을 걸어왔다. “대학생이에요? 커다란 카메라까지 들고 혼자 어쩐 일이에요?”라고 물었다. 노부부와 몇 마디 나누자 서달산 주변으로 본교나 중앙대 등의 대학교가 있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대학생들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간만에 보는 젊은이가 반가웠는지 대화하던 내내 웃는 얼굴을 띠고 있었다.

  산길은 그닥 험하지 않았다. 길목의 돌들도 잘 정돈돼 있었고 가파를 법한 높이의 길에는 나무나 돌로 만들어진 계단이 놓여있었다. 이렇듯 오르고 내리기 편하게 만들어진 길이 중장년층들이 부담 없이 자주 찾게 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돈된 산길을 따라 10분쯤 걷다 보면 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179m. 서달산의 높이다. 도심에 있는 산인만큼 올라가기 어렵지 않은 정도다. 정상에서는 2개의 정자가 눈에 띤다. 2층 높이의 정자와 그 반대쪽에 있는 아담한 정자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높은 정자의 경우 올라서면 그 근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위에서부터 내려다보는 산의 전경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올라왔는지 등산했던 과정을 떠올리게 했고 기둥 사이로 부는 바람은 시원해 땀을 말리기에도 좋았다. 반대편의 아담한 정자에서는 등산복 차림의 중년층들이 편안하게 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달산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서달산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정상을 넘어 중앙대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보기로 했다. 올라온 방향과 마찬가지로 길은 완만했고 가끔씩 보이는 등산객도 중년층들뿐 인적 자체도 드물었다. 그렇게 약 5분간을 내려가 보니 절이 보였고, 그 절 위로 서울 중남부의 풍경이 펼쳐졌다. 가까이에 보이는 중앙대 병원과 그 뒤쪽으로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그 너머의 남산 타워까지 보였다. 또한 풍경의 끝자락에는 63빌딩이나 롯데타워처럼 서울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높은 건물들이 위치해 있었다.

  무더웠던 여름도 끝이 나고 도시와 자연은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여름과 가을의 사이,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학생들은 이번 학기를 잘 보낼 수 있는 힘을 얻는 게 중요할 듯하다. 선선한 공기에 힘입어 서달산의 무성한 자연으로부터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어오는 것도 좋아 보인다.
 

서달산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서달산에서 볼 수 있는 풍경

 

  근처의 낯선 공간, 
  상도전통시장

상도전통시장에서 채소를 다듬고 있는 상인의모습
상도전통시장에서 채소를 다듬고 있는 상인의모습

  본교 정문 숭실대입구역 3번 출구를 지나 직진하면 큰 사거리와 마주하게 된다.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한 블록을 올라가면 상도전통시장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입구에 도착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요정들로 꾸며져 있는 숲 그림 위로 서 있는 ‘상도전통시장’이라는 팻말이다. 또한 그림에는 ‘아리아 숲길’이라고 쓰여 있는데, 아리아 숲길은 상도전통시장을 위해 생겨난 상도전통시장의 별칭이다. 아리아는 요정이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그려져 있는 아리아들이 상도전통시장의 마스코트이다. 아리아는 이 팻말뿐만 아니라 시장 곳곳에 있는 전신주 위 등에도 그려져 있다.

  상도전통시장 초입에는 천으로 엮어서 만든 의자가 놓여 있었다. 지금은 완료된 프로젝트지만, ‘버려진 곳으로 잊혀진 곳을 살린다’라는 2018 ‘서울은 미술관’ 대학협력 공공미술 프로젝트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서울은 미술관’ 단체와 마을발전소, 본교 건축학부 작업실이 주관 및 주최했다는 이 프로젝트는 상도시장 일대에 이러한 의자를 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의자에 앉아 쉬어가는 사람은 볼 수 없었지만, 시장에 대해 궁금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았다.

  조금 더 걸어 완전히 시장 거리로 들어섰다. 평일 저녁이라 시장에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시장 거리에는 상도동에 거주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장을 보거나 상품을 팔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시장 끝부터 끝까지 가로지르는 학생들도 있었고, 정장을 입고 퇴근길에 장을 보기 위해 들른 중년층도 있었다. 엄마 손을 잡고 걷다가 엄마를 졸라 통닭 한 마리를 얻어내는 어린 아이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층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로 추측할 수 있다. 가게 안 쪽에 앉아 야채와 과일을 다듬는 사람들이 상도시장을 구성하는 최고령층인 듯했다.
 

아이와 엄마가 상도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아이와 엄마가 상도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에 맞는 건 단연 노인층의 모습이었다. 또한 요즘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방앗간이나 떡집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정육점도 다른 곳과는 달리 거리에 바구니를 내놓고 가게 바깥에서 고기 핏물을 빼고 있었다. 그러나 옛 것으로 가득한 것 같은 가게 사이에 현대적인 건물도 섞여 있다. 대표적으로 시장 중반부에는 상도소비자마트가 있다. 마트 가판대에서 물건을 홍보하는 사람과 작은 가게에 앉아 과일을 다듬던 노인이 과일에 대해 대화하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한 대화였는데도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목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골목은 짧은 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시장 전체를 다 둘러보더라도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길이다. 주변과 어우러지지 못한 채로 깜빡이는 전등이나, 한 번 정돈한 후 다시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한 지자체의 모습은 아쉬웠다. 그러나 상도전통시장은 서울 중에서도 본교와 가까이 위치해있지만, 도시적인 것과 가까운 학생들에게 낯선 풍경을 보일 수 있는 곳이다. 여유가 생긴다면 작은 가게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시장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상도동을 한눈에 보다, 
  상도근린공원

상도근린공원 둘레길의 모습
상도근린공원 둘레길의 모습

  숭실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다양한 높이의 빌라들이 자리 잡고 있는 거리를 지나, 아파트 단지 사이를 가로지르면 빽빽한 나무들이 길 양 옆을 지키는 ‘상도근린공원’의 입구가 드러난다. 상도근린공원이라고 적힌 나무 표지판이 보이자 평소에 보던 서울과는 다른 자연이 담긴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다.

  다른 공원들과는 다르게 상도근린공원의 산책로는 가파른 편이었다. 실제로 걸어보니 산책보다는 등산을 하는 느낌이 더 강했다. 늦은 저녁 공원의 둘레길을 걸으려 하자, 주변에서 반려견과 함께 운동 중이던 한 주민이 밤에 둘레길을 걷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해주셨다. 실제로 둘레길의 길들은 가파른 느낌인 경우가 많아, 밤에 걷기에는 조금 위험해 보였다.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가자 운동기구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도동 주민들은 이곳에서 운동하거나 대화 중이었다. 어른들과 함께 온 아이들도 있었다. 운동기구들 옆에는 ‘유아숲 체험장’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그곳에서 밧줄 건너기, 평균대, 교구놀이, 나무 오르기 등을 체험해 볼 수 있었고 몇몇 아이들은 그 근처를 뛰놀고 있었다.

  체험장을 벗어나 다시 산책로에 오르면 상도근린공원의 둘레길이 나타난다. 둘레길의 구간은 상도근린공원에서 전망 테크를 지나 상도역 부근까지로 표시돼있다. 거리는 약 1.8km이며 예상 소요시간은 약 30분이라고 적혀있다.

  표지판을 지나 둘레길을 걸어보았다. 둘레길에서는 반려동물들과 운동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고 길 곳곳에 울퉁불퉁한 돌이 있었다. 상도근린공원 근처에 큰 아파트 단지가 있기 때문에 혼자 운동하는 주민들을 걷다보면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 가족끼리 운동을 하는 주민들, 운동복을 맞춰 입은 친구들끼리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원 주위를 도는 주민들, 그리고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담고 있는 주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저녁 시간의 둘레길을 밝히고 있었다. 

  둘레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서울 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 테크가 나온다. 전망 테크의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꺼지지 않는 불빛들과 높게 솟은 빌딩들을 보니 공원이 마치 서울 속의 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레길을 내려가던 사람들은 잠시 멈춘 채 전망 테크 앞에 모여서서 사진을 찍거나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또한, 전망 테크에는 테이블 두 개가 놓여있어, 긴 둘레길을 걷느라 지친 사람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기도 했다. 
 

상도근린공원 둘레길이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상도근린공원 둘레길이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상도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도근린공원은 상도동 주민들이 자연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나무들로 이뤄진 긴 둘레길을 걸으면서 자신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세상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 잠시 자연 속으로 빠져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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