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의 힘으로 물리세계와 디지털세계, 생물 세계가 융합되어, 사회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산업시대를 말하는 4차산업혁명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개념이 아니다. 4차산업혁명에 관련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 중 하나는 인공지능으로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어 산업 환경의 구조적인 재편이 일어나 현재 존재하는 여러 직업이 소멸될 것이라는, 많은 이들이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다. 일련의 전망에 따르면 과거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에서 1대의 기계가 수백 명의 노동자를 대체한 것처럼 1개의 프로그램 혹은 1대의 초고성능 컴퓨터가 수많은 전문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201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4차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삶의 저변에서 조용히 진행중이다. 대응이 늦었느니 뭐니 말이 많지만 정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코딩교육 의무화 정책을 내세운 것도 4차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발맞춤이라 볼 수 있다. ‘코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코딩이란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다른 말로 C언어, 자바, 파이선 등의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변해 주는 모든 것이 정보통신기술(ICT) 를 기본 바탕에 둔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되기에 코딩교육은 앞으로의 우리 사회가 운영되는데 필수적이다. 정책 초기에 시행착오로 소음이 있을 순 있겠으나 코딩교육 프로그램 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코딩교육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짜는 법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SW가 기능을 수행하려면 어떤 체계가 필요 한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컴퓨팅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허나 4차산업혁명을 이끌 어갈 미래 인재를 키우는데 필요한 교육은 코딩교육이 ‘정답’이라고 섣불리 단정하진 말아야 한다.

  기술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이것은 4차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순진한 생각을 늘어놓는 필자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컨설팅 부문에서 업계 1위의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 에릭 베리지의 주장이다. 지난 5월 TED강연에서 에릭 베리지는 ‘기술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Why tech needs the humanities)’라는 주제로 발표했는데, 이 발표에서 자신은 현대사회가 STEM(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emat ics : 과학·기술·공학·수학의 앞글자를 따온 약어로, 이공계 전공에 해당)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에릭 베리지는 STEM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한 게 아니다. 다만 인문학보다 과학이 훨씬 더 높은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빠져 버리면 우리에게는 STEM에 지배당하는 미래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에릭 베리지는 과학이 우리에게 ‘만드는 법-기술’을 가르쳐준다면, 인문학은 ‘왜 만들어야 하는지-비판적 사고’를 알려준다고 주장한다.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손에 쥐지 말고 무작정 STEM을 배울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혹은 일)를 하라고 말한다. 구글이나 애플 등의 IT대기업에서 채용하는 일자리의 65%가 STEM과는 직접적인 연관없는 ‘비기술직’ 임을 언급하며,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필수능력은 STEM이 아니라 ‘다양성’이라고. 코딩교육 의무화가 결정되자 사교육 시장에 ‘코딩광풍’이 분다는 뉴스를 보며, 미래 인재가 될 아이들에게 코딩교육 외에 자기 삶을 조직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도 함께 제공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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